봄이 되면 유난히 몸이 나른하고 피로감을 느낀다. 주위 환경은 생동감이 넘치지만 정작 몸은 축축 처지고 무기력해진다. 춘곤증과 식곤증 영향이 크다. 생체 시계가 계절의 변화를 못 따라가서 생기는 문제다. 그렇다고 피로감의 원인을 계절적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다른 신체적 문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피로의 원인 대부분은 ‘간’에 있다. 봄철에도 간 건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체내 독소·노폐물 75% 넘게 배출
간 기능 이상이 만성피로 주원인
웅담 핵심성분 UDCA가 회복 도와
자각하기 어려운 간 손상
간은 체내에 들어온 독소와 노폐물의 75% 이상을 해독하고 배출하는 기관이다. 위험 요소가 몸속에 들어오면 수용성으로 만들어 담즙(쓸개즙)이나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한다.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독소와 노폐물 배출이 잘 안 되고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로감이 쌓이게 된다. 피로가 간 때문이라고 하는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강원석 교수는 “간의 대표적인 역할은 단백질 등 영양소 합성과 해독”이라며 “휴식을 충분히 취해도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피로가 별다른 이유 없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간 건강이 걱정되면 간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은 70% 이상 손상될 때까지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간이 웬만큼 나빠지기 전까지는 자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간 지표인 ALT·AST는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간에 존재하는 효소로, 간세포와 간 손상 시 수치가 증가한다. 40IU/L 이하가 정상이다.
만성피로를 줄이고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활습관이 기본이다. 주 3~5회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한다. 자극적이거나 기름지고 열량이 많은 음식은 멀리한다.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술은 간에 부담을 주는 주범이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간 기능 회복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성분을 보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대표적이다. UDCA는 담즙의 주요 성분이자 웅담의 핵심 성분이다. 간 대사 활성화를 돕고 배설수송체를 증가시켜 독소와 노폐물이 보다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한다. 간의 해독 작용을 직접 돕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간으로 콜레스테롤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간 내 콜레스테롤 배출도 원활하게 해 총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체내에서 생성되지만 그 양이 총 담즙산의 3%에 불과하다. UDCA 성분을 외부에서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섭취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한때 ‘괴물 쥐’ 뉴트리아에 UDCA가 많다고 알려지면서 이 담즙을 그대로 먹었다가 기생충에 감염되는 사례도 있었다. 의약품으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FDA 승인 간경변증 치료제
이런 효과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UDCA를 간 경변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실제 국내 임상에서도 간 기능 개선을 위해 환자에게 UDCA가 처방된다. 강원석 교수는 “만성 간 질환이 있는 경우 UDCA 성분의 치료제를 처방한다”며 “난치성 질환인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의 경우에는 담즙산의 배설을 도와줘서 2차적 간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고용량으로 처방한다”고 말했다.
간 건강 지키려면
하루 최대 소주 2잔(100㏄), 맥주 3잔(600㏄)을 넘기지 않는다. 과음한 후에는 최소 48시간 동안 음주를 피한다.
영양 섭취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단백질과 녹황색 채소를 먹는다. 간세포 보호제(UDCA)나 비타민 B1·B2·E를 챙긴다.
충분한 운동
현재 체중의 10% 감량을 목표로 운동한다. 운동은 땀이 조금 날 정도로 한 시간씩 주 3회 이상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