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생긴 '언더(UNDER)19'는 기업, 지역사회뿐 아니라 시설을 직접 사용하게 될 청소년이 수개월 동안 협력해 만든 합작품이다. 언더19는 '지하'라는 의미와 '19세 이하 청소년만 출입할 수 있다'는 두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 퍼주기, 여론무마용 사회공헌 탈피
지역사회·학생·기업 등 전 단계에 참여
아지트 된 '언더19'…청소년 쉼터 활용
도봉구청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공간 기획에 참여할 청소년을 모집했다. 도봉구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6명이 지원했고 '도봉구 청소년 공간기획단'이 꾸려졌다.
학생들은 청소년을 위한 아지트를 만드는 데 의견을 모으고 매주 대학로, 해방촌 등 서울 곳곳을 탐방하며 공간 기획 아이디어를 짜냈다. 하지만 인테리어 지식이 전무한 데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때마침 삼성카드가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 '열린 나눔' 주제가 아동 및 청소년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2013년 8월부터 시작된 열린 나눔은 사회공헌 전 사업 단계에 카드사 고객이 참여하는 개방형 사회공헌 활동이다.
지금까지 2200여개 아이디어가 나왔고, 150만 고객이 투표로 사업을 선정했다. 그중 195개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해, 소외 이웃을 지원했다.
'지역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우리만의 아지트'라는 아이디어로 열린 나눔 문을 두드린 공간기획단은 최종 '톱6' 팀으로 선정됐다. 공간기획단 멤버인 송규석(19·대진고) 학생은 "우리의 꿈을 이루게 해줄 한 줄기 빛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업에는 삼성카드 디자인센터도 힘을 보탰다. 디자인 전문 인력이 모인 디자인센터는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젝트나 유아 쉼터 마련 프로젝트 등에 자발적으로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청소년들이 공간 기획과 디자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흔쾌히 참여하기로 했다. 디자인센터는 두 달 동안 공간기획단 학생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공간을 꾸며 나갔다.
지난해 11월 첫 만남 땐 공간 콘셉트를 정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디자인센터가 이를 시각화한 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이 다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었다.
공간은 크게 세 개의 콘셉트로 구성하기로 했다. 청소년이 다 같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거실,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부엌, 다양한 취미를 할 수 있는 세 개의 방이다.
언더19란 이름도 이때 만들어졌다. 그 후 2주에 한 번씩 만나며 구상을 구체화했다. 전기공사, 목공 등 전문성이 필요한 공사는 디자인센터와 시공업체가 주로 담당했고, 가구 소품 조립이나 배치 등은 학생들이 맡았다. 이런 협업을 통해 버려진 지하 창고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월 정식으로 문을 연 뒤 입소문이 나면서 언더19를 찾는 청소년 수는 매달 늘고 있다. 첫 달엔 120명에 그쳤지만 3월엔 650명으로 늘었다. 이 공간에선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언더 19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김준형 삼성카드 프로는 "이 공간 안에서 지역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예쁜 아지트로 꾸려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