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1일 문을 닫게 된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
발리 나스르 SAIS 학장은 9일(현지시간) 오후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조지타운대 교수), 구재회 USKI 소장 등을 불러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6월부터 한미연구소 운영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에 5월 11일 부로 USKI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고 USKI가 밝혔다. USKI에 따르면 나스르 학장은 “학교로선 USKI 직원들을 계속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빨리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SAIS 인사처는 이날 USKI 전체 직원을 상대로도 연구소 폐쇄에 관해 설명하고 재취업 정보 알선 등 학교 측의 지원 사항을 소개하는 설명회까지 열었다.
나스르 SAIS 학장 9일 갈루치 이사장 등에 통보
"소장 등 직원 17명에 노동법 한 달전 해고 통지"
카네기·맥아더재단 기부금있는 38노스 독립 운영
발리 나스르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학장.
갈루치 "정상회담 앞 연구소 손보기 기이한 시점, 제 발등 찍기"
지난달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USKI) 이사장.
한미연구소(USKI)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창립자인 조엘 위트가 10일 "모체인 USKI의 종말에도 불구하고 38노스의 운영은 계속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위트 연구원은 이날 기자와 만났지만 “이번 사태나 SAIS의 연구소 폐쇄 결정에 대해선 언론에 할 이야기할 게 없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이에 대해 KIEP 관계자는 "SAIS 한국학 교육프로그램은 계속 지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한국학 교수 등 직원 4명과 예산 실무 직원은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재회 소장도 전화 통화에서 “나 한 사람이 물러나는 문제로 12년간 일해 온 USKI가 결국 문을 닫고 직원들 일자리마저 잃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이미 입장은 언론에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더는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가라앉으면 USKI의 성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루치 이사장은 이번 주중 “소장ㆍ부소장 교체를 요구한 적 없다”“USKI는 예산이 불투명하고 연구 성과가 없다”는 등의 한국 정부 입장을 반박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학교의 USKI 폐쇄 결정에 따라 열지 않기로 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앞서 “나는 고위 직원(구 소장)을 교체하고 연구소 운영 가이드라인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자금을 끊을 것이란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며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수의 한국 소식통들은 이번 일은 오직 청와대 내부의 한 사람이 주도한 것이고 정책이나 원칙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 과제로 추진한 것이라고 내게 말해줬다"고 한다. 이날 AP통신에도 "한국 정부 관리들이 아무 권한이 없는데도 직접 구두 또는 서면으로 구 소장과 부소장 교체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국회가 USKI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데 "연구소의 재정 보고서는 매우 철저했으며 한국 정부에 증거를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