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정 실장과 볼턴 간 공조체계 구축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가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핵심 의제이기 때문에 양측이 북핵 로드맵을 사전에 긴밀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 또 볼턴이 북한 선제공격론을 앞장서 주장한 대북 강경파인 만큼 백악관 내 대북 기류가 변화가 있는지 살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정 실장은 전임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는 핫라인을 통해 긴밀히 소통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 조율차 워싱턴을 방문한 정 실장은 당시 논란이 됐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맥매스터와 그의 자택에서 5시간 여 마라톤협상을 벌이며 서로 신뢰를 쌓았다. 이후 두 사람은 거의 매일 통화하듯 하며 북한 미사일 도발 등 한미 현안을 관리해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했을 당시에도 두 사람이 함께 백악관에서 발표문을 조율했다.
볼턴의 대북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정 실장과 볼턴 모두 각자 대통령의 신뢰를 얻고 있는 최측근 참모란 공통점 때문에 신뢰 구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으로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두루 관리해 온 정 실장을 발탁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6년 대선 때부터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해왔다. 국가안보보좌관 지명 직후 지난달 22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정 실장이 방미해 볼턴과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되고 나서야 어떤 내용을 가지고 한미 정상회담을 할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북미가 직접 접촉해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북미 접촉이 잘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