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갈린 8차 연장 직후, 박인비(오른쪽)가 우승한 린드베리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 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챔피언이 탄생하기까지는 80홀이 걸렸다. ‘골프 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비록 연장 8번째 홀에서 페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에게 져 메이저 통산 8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았다.
8차 연장 끝에 ANA대회 준우승
‘늑장 플레이’ 린드베리와 대조적
LPGA “위대한 스포츠맨십 보여줘”
LPGA 통산 19승(메이저 7승)을 달성했던 박인비는 “이런 연장 승부는 처음 해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인비에게선 최연소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골프 여제의 품격이 느껴졌다. 그는 연장 6번째 홀에선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홀에서 3m 거리에 붙인 뒤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실수 하나면 끝나는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전을 치르면서 박인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비록 연장 8번째 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놓쳐 린드베리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갤러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박인비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박인비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올해 플레이에 매우 만족한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무척 행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10년 데뷔 후 193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린드베리를 향한 축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인비는 “린드베리의 마지막 퍼트가 진정한 챔피언 퍼트였다.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LPGA 홈페이지는 “박인비는 경기를 치르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고, 위대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여자 골프 세계랭킹에서 박인비는 전 주 9위에서 3위로 6계단 상승해 2015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세계 1위 탈환을 바라보게 됐다.
우승자 린드베리는 이번 대회 내내 늑장 플레이를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샷을 하기 전에 핀과 볼을 번갈아 바라보느라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고, 퍼트를 앞두고 퍼팅 라인을 살피는데도 2분 이상이 걸렸다. 대회 3라운드에선 린드베리와 박성현이 경기 지연을 이유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린드베리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