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조 퍼퓸 CD "김태리, 내가 찾던 그 이미지와 딱 어울려"

중앙일보

입력 2018.04.03 00:01

수정 2018.04.04 10:37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향수 브랜드 ‘겐조 퍼퓸’의 대표 향수는 17년째 변함이 없다. 투명하고 길쭉한 유리병에 하늘하늘한 빨간 포피(양귀비꽃) 한 송이가 그려진 향수 ‘플라워 바이 겐조’다. 이 향수를 만든 사람은 2000년 겐조 퍼퓸에 부임해 지금까지 겐조의 다양한 향수를 창조해온 패트릭 게이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는 향수 브랜드의 수장 외에도 유럽에서 유명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플라워 바이 겐조의 글로벌 모델로 배우 김태리를 직접 점찍은 그가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

겐조 퍼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트릭 게이지가 빨간 포피(양귀비꽃)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겐조 퍼퓸의 광고 영상과 포스터를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 겐조 퍼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면서 동시에 사진과 영화작업을 하는 작가다. 단편 소설을 쓴 적도 있다. 내가 직접 만든 향수이니 아무래도 나만큼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겐조 퍼퓸의 영상과 이미지는 늘 몽환적인 느낌인데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독특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내가 만든 향수들도 역시 이런 이미지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인터뷰]겐조 퍼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트릭 게이지

-한 가지 직업만으로도 힘든데, 어떻게 세 가지 일을 하나.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진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1년을 3등분해서 영화감독으로, 사진작가로, 겐조 퍼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다. 세 가지 일을 번갈아가며 하면 1년 내내 한 가지 일을 하는 것보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 물론 매일매일을 아주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겐조 퍼퓸의 대표 향수 '플라워 바이 겐조'. 2000년 처음 출시된 이래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배우 김태리가 이 향수의 글로벌 모델이 됐다.

도심 속 콘크리트를 뚫고 피어난 포피. 패트릭 게이지가 촬영한 사진이다.

 
-글로벌 모델로 김태리를 기용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영화 ‘아가씨’에서 김태리를 처음 보고 겐조 퍼퓸의 이미지와 딱 맞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와 꼭 함께 일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플라워 바이 겐조’의 새 모델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플라워 바이 겐조'의 광고 영상에 등장한 배우 김태리.

배우 김태리를 모델로 등장시킨 겐조 퍼퓸 '플라워 바이 겐조'의 포스터.

 
-한국 영화를 즐겨 보나.
"한국 영화 매니어다. 이창동·박찬욱 감독을 특히 좋아한다. 그들의 영화는 독특하고 몽환적이다. 그러면서도 슬픔이 묻어있다. 내가 지향하는 작업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당신에게 ‘향수’는 어떤 존재인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가장 좋은 물건이다. 나를 위로해주는 힐링 아이템이기도 하다. 종종 내게 ‘어떤 향수를 사용하면 좋을까’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재 당신이 사용하는 향수는 뭔가.
“사실 난 향수를 쓰지 않는다. 향을 맡는 게 직업이다 보니 다른 때만이라도 코를 쉬게 하고 싶다. 또 내가 특정한 향을 뿌리고 있으면 다른 향기들과 섞일 위험이 있어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겐조 퍼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