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차 선두를 달리던 지은희(32·한화큐셀)는 14번 홀(파3·166야드)에서 7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힘차게 티샷을 했다. 지은희가 친 공은 핀 30cm 앞쪽에 떨어진 뒤 굴러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적에 가까운 홀인원이었다. 지은희는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했다.
LPGA KIA클래식 4라운드 홀인원
캐디와 감독이 스윙 교정 도와줘
드라이브 비거리 늘면서 자신감
“메이저 대회서 또 우승하고 싶어”
23세이던 2009년 US여자오픈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통산 3승째를 거뒀던 지은희는 이날 5개월 만에 다시 우승을 추가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알렸다. 지은희는 “수퍼 익사이팅(super exciting)”이란 말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 LPGA 공식 홈페이지는 “지은희가 현명한 경기로 다시 감격을 누렸다”고 전했다.
1라운드에서 2언더파, 공동 22위로 출발했던 지은희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특히 마지막 날 지은희의 아이언샷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린적중율 100%(18/18)를 기록했다. 페어웨이가 울퉁불퉁한 아비애라 골프장도 지은희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들린 듯한 아이언 샷에 홀인원의 행운까지 따랐다.
지은희는 “바람이 뒤에서 불어서 전날과 같이 7번 아이언으로 쳤는데 공이 날아가는 모양새가 좋아 보였다. 옆에 있던 살라스가 ‘공이 홀 안으로 덩크슛처럼 빨려 들어갔다’고 말해줬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또 “지난 겨울 스윙 교정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 덕분에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의 거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원사인 한화큐셀 골프단의 김상균 감독과 2013년부터 캐디를 맡고 있는 마틴 보체크가 그를 도왔다. 김상균 감독은 “캐디인 마틴이 백스윙을 많이 고쳤고, 지난해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엔 내가 다운스윙을 봐줬다”고 말했다. 지은희도 “드라이버가 예전보다 20야드(약 18m) 정도 더 나간다”고 밝혔다.
지은희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56.13야드다. 정확도는 79.46%. 지난 시즌(250.09야드, 77.39%)보다 좋아졌다. 2016년까지만 해도 그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240야드 안팎에 그쳤다. 김 감독은 “오랫동안 습관처럼 굳어진 스윙을 시즌 도중에 바꾸는 건 어렵다. 그런데 지은희는 스윙 코치 역할까지 해주는 캐디와 함께 스윙을 뜯어고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가 서른이 넘어서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 건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기에 가능했다. 오랫동안 투어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성숙함이 오늘의 지은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은희는 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맏언니’ 지은희의 시선은 이제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으로 향한다. 지은희는 “스윙 감각이 좋아 다시 메이저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 이 느낌을 유지하고 싶다”며 “세계랭킹 1위 등극이 궁극적 목표다.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