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23일부터 로밍 요금제 변경
해마다 해외 출국자가 크게 늘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휴대폰을 쓰는 비율은 증가하는 데 반해 기본 수만 원에 달하는 '로밍 요금 폭탄'은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해외에서 음성 통화를 걸거나 받는 평균 요금이 분당 1300원(SK텔레콤 기준)을 넘는 데다, 데이터 요금제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최고 1만5000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23일부터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200여개국으로 나가는 SK텔레콤 이용자들은 매일 3분씩 무료 통화(영상통화 포함)를 할 수 있다. 30초씩 6번을 통화해도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객센터나 공항 로밍센터에서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 한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또 다른 제3국으로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도 무료 통화 혜택은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중국·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전화를 걸면 분당 2200원~2915원을 내야 한다. 3분만 통화하더라도 6600원 이상을 내야 하는데 SK텔레콤은 모든 고객에게 이 비용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해외서 30분간 통화해도 최대 1만원"
하루에 최대 30분까지 통화한 요금에 대해서는 '1만원 정액제'가 도입된다. SK텔레콤은 하루에 최대 30분 통화를 한 데 대해서는 1만원만 정액 과금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23일부터 시행하는 로밍 요금제 개편안
"매출 30% 손실 감수하고 낙전수입 없앤다"
분당으로 과금했던 로밍 통화 요금 체계도 앞으로 초당 과금 체계로 바뀐다. 그동안은 61초간 로밍 통화를 해도 1분이 넘었기 때문에 2분(120초) 분량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앞으로 실제로 통화한 61초에 대한 사용료만 내면 된다.
SK텔레콤은 종전 1MB당 4506원이었던 데이터 로밍 요금도 563원으로 87.5% 인하한다. 종전에 2만2000원이었던 데이터 이용료 상한선도 4분의 1 수준인 5000원으로 내렸다. 5000원이면 약 9MB 용량의 데이터를 LTE(4G)나 3G 이동통신 속도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5000원어치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추가 과금 없이 200Kbps 이하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로밍 요금은 협력 관계를 맺은 외국 통신사와 협의해서 정해야 할뿐더러 고객이 쓴 요금을 해외 통신사에 분담해야 하므로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게 쉽지 않다.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장(사장)은 이번 요금 개편에 대해 "해외 통신사들과 협력해 로밍 요금 체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도 지난해 데이터 로밍 요금 크게 인하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로밍 요금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인터넷에서 파는 유심 카드를 쓰면 1만원 정도에 1GB 데이터를 쓸 수 있다"며 "9900원 로밍 요금제를 써도 100MB만 빠른 속도로 쓸 수 있는 것은 폭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KT가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해외 로밍 데이터 요금을 1MB당 4400원에서 550원으로 먼저 인하했다. SK텔레콤이 이번에 5000원으로 설정한 데이터 이용료 상한선을 KT는 지난해 1만1000원으로 정했다. SK텔레콤의 이번 로밍 요금 인하에 따라, KT도 추가로 로밍 전화 요금을 현행 분당 과금 체계에서 초당 과금 체계로 바꿀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로밍 요금 제도 개편으로 로밍 사업 관련 매출이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부에서 예측한다"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낙전 수입을 과감히 걷어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다는 것이 올해 주요 경영 방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