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의원직 사퇴' 민병두 인터뷰 "성추행 인정 않지만…"

중앙일보

입력 2018.03.10 17:41

수정 2018.03.1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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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10일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힌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의원직 사퇴 민병두 의원 “이게 내 명예회복하는 길”
 
10일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폭로가 제기되자 곧바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결정하는 게 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의원직 사퇴 이후 미투 운동이 더 제대로 자리를 잡고 본질을 찾아가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또 사퇴 결정과 관련해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구차하게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미투 폭로에 책임을 지는 의원이 나오는 게 당 입장에도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민 의원은 선거전을 접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생활에서 모두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 전화 인터뷰서 성추행 의혹 부인
“미투 폭로 여성과 전화ㆍ문자 교류도 없었다”
“미투 운동 지지하지만 본질 찾아가는 방향 되길”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이날 한 언론매체를 통해 2008년 5월 민 의원과 함께 노래주점에 갔다가 민 의원이 갑자기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폭로 후 곧바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배경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원칙이다. 내 명예를 회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선배 국회의원들이 (사건이 터지면 국민이 준) 세비 갖고 자기 변호사비로 쓰는 게 안 좋아 보였다. 내가 조그만 흠결이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의원직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래야 어디가서도, 누굴 만나더라도 내가 떳떳하다.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같은 전제 없이 물러나겠다고 했다.
사실관계 갖고 다투면 사람들이 누구 말을 들어주겠는가. 내 말을 들어주겠는가. 어쨌거나 노래방에 같이 갔다는 것만으로 일반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당 지도부와는 상의를 했나.
이런 일로 상의를 하는 것도 좀 그렇다. 구차해 보이지 않나.
입장 번복할 일은 없는가.
당연하다. 이미 의원직 사퇴 입장문을 발표했다. 내가 이렇게 결정하는 게 당을 위해서도 좋은 거라고 본다. 조그만 흠이라도 있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정치인이 나오는 게 당에도 더 좋은 것 아니겠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어떻게 되나.
2008년 당시는 돈 한 푼도 없었고, 걸어다닐 정도였다. 노래방 갈 돈도 없었다. 얼마 전 한 언론 매체가 전화해 2008년 노래주점 일을 묻길래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 후 성추행 주장을 한 여성에게 연락해 ‘당시 계산은 누가 했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기가 했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 여성과 노래주점에 간 일은 있나.
주점이라고 하는데 주점 같지는 않다. 노래방이건 뭐건 여성과 둘이 갔다면 그 자체가 스스로 용납이 안 된다. 그 여성과는 최근 10년 동안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전혀 연락을 주고 받은 일이 없다.
서울시장 선거도 다 포기하는가.
물론이다. 입장문을 통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힌 거다.
당분간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고 계획을 세웠겠는가. 의원직 사퇴서 국회의장실에 내고, 그 다음에는 나도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