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두 분 지도자의 용기와 지혜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제의를 흔쾌히 수락해 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남북한 주민, 더 나아가 평화를 바라는 전세계인의 칭송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소중하게 다뤄나가겠다”며 “성실하고 신중히, 그러나 더디지 않게 진척시키겠다”고 말했다.
남북→북미대화 스케줄로 힘 받는 ‘한반도 운전자론’
앞서 문 대통령은 6일 대북 특사단으로부터 김정은의 메시지와 방북 결과를 보고받은 뒤에도 “남북 문제를 유리그릇 다루듯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남북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미 대화까지 견인해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문제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고 북한은 독특한 자존심이 있는 아니냐”며 “자칫하면 부서질 위험이 있는 만큼 조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선 김정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 등을 예측하고 속도전도 강조됐다고 한다. 참모진 회의에선 “살얼음판에서는 스피드가 생명”이라며 “머뭇거리면 얼음장이 깨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미국에 이어 중국·일본·러시아 등을 서둘러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공조 방안을 협의하는 일정도 이런 배경에서 조율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평양과 워싱턴을 오고간 특사 카드로 ‘한반도 운전자론’은 힘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시화될 경우 비핵화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될 수도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결국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지속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에 힘이 실리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더라도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일도 없고, 미국측의 ‘패싱’도 없을 거란 신뢰가 굳건하다”고 말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