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수한 인재의 역량은 전략과 실행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물론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완수해내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비전과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적 사고가 중요해지고 동시에 실행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동료 인재들 능력 뛰어나
글로벌 임원에 발탁 경우도 많아
10여개국서 한국인재들 맹활약
자신의 능력 믿고 글로벌 진출을
이렇게 많은 자산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은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너무 엄격하고 본인의 능력과 장점에 대해 겸손한 것 같다. 영어에 대한 걱정도 지나치게 많다. 실제 글로벌 회의에 가보면 프랑스 사람은 짙은 불어 액센트의 영어를 하고, 이탈리아인도 자국 억양 그대로 영어를 한다. 영어 발음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와 실행 양쪽을 고루 잘하는 저력을 살리는 일이다. 물론 자신만의 업무 전문성과 지식을 쌓는 것은 기본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 세계 누구보다 자신감 있어야 하며, 전문가여야 한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최고가 되려는 한국인의 열정과 끈기는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이와 같은 한국인들의 진가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고위 임원에 한국인이 발탁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KKR의 조셉 배 공동대표나 쓰리엠 신학철 수석 부회장, 칼라일 그룹 이규성 공동대표 등이 그 예이다.
P&G의 경우도 다수의 한국인들이 세계 각국에서 리더로 근무하고 있다. 얼마 전 아태 지역 글로벌 전화 회의가 있었는데, 일본과 동남아 이커머스를 진두지휘하는 담당자가 모두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낯설지만, 감격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2005년 전부터 한두명으로 시작된 해외 파견 근무는 계속 확대되어 이제는 미국, 스위스,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한국 직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전체 한국 사무실 직원의 30%가 해외 근무를 했거나 현재 해외에 있고, 수년 내에 50%로 높일 계획을 갖고 있어 이와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본다.
한국 인재의 높은 역량을 눈여겨본 P&G는 해외 파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태지역 각국의 마케팅, 연구개발, e커머스 등 분야의 신입사원을 아예 한국에서 선발해 각 나라로 채용하는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인재 등용 기지 역할은 지역 내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인재를 좀 더 선발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으며, 우수한 지원자를 두고 국가 간 기분 좋은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 인재의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톱클래스라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젊은이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고민과 의심을 멈추고, 5000만 국내 시장을 넘어 70억 인구의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무대에 과감히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김주연 한국P&G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