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여성들의 ‘미투’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극장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자신이 속한 조직 피해 줄까 침묵
사회가 날 지켜줄까 고민도 많아
법조·문화계 등 전방위 폭로 확산
가해자 상당수 각 분야의 권력자
이윤택 사과하며 “나쁜 관습” 주장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우상조 기자]
이들의 안이한 성의식은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직장인 1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사람은 그럴 만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00점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남성은 32점, 여성은 20.8점이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응답자의 연령과 근무경력이 많을수록 ‘성희롱은 여성의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하는 통념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내가 속한 조직에 피해가 갈까 봐’ ‘업계 내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오랫동안 피해자들이 숨죽이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최영미(57) 시인 등 40대 이상 여성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자 속한 조직 내에서의 성폭력이 오랜 기간 비일비재하게 발생했지만 조직 내 일원들은 침묵했다”고 말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냈을 때 ‘사회가 날 지켜줄 수 있을까’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없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결심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결국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뒤늦은 폭로’가 아닌 오랜 시간 묵혀 온 ‘고통’의 드러냄이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 상담 전문기관인 ‘한국여성의전화’에도 40~50대 중년 여성들의 제보 전화가 요새 부쩍 늘었다고 한다.
홍상지·송우영·홍지유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