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남·북·미 수싸움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가겠다”고 흔쾌히 말하지 못하고 “여건을 만들자”고 한 데엔 고민이 담겨 있다. 여건 조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정은, 김여정 통해 회담 제안 친서
문 대통령 “여건 만들어 성사시키자”
미 “비핵화 조치 전제돼야” 선긋기
북 “핵은 흥정의 대상 아니다” 반복
북한의 ‘제재 숨통 뚫기’ 조짐에 미국은 대화 문턱 높이기 전략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일단 만나서 날씨 이야기라도 하자”(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지난해 12월 12일)에서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포기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시작할 수 있다”(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9일)는 강경한 입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한국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며 “남북 관계의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이 중단을 요구하는 올림픽 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에 대해서도 완고한 입장이다. 펜스 미 부통령은 방한 중인 9일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알다시피 문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했다”며 “하지만 명확한 것은 우리는 조국 수호를 위해 필요한 어떤 조치도 취할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옵션에 있어 이번 같은 예외는 더 이상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정부로선 현재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지렛대다. 이를 의미 있는 남북 대화로 연결하려면 주변국 특히 미국과의 공고한 협력 구도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닫혀 있던 대화를 위해 마중물을 넣어주는 것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 북한 대 한·미·중·일·러라는 1대 5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는 신뢰를 미측으로부터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