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대변인은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얘기를 꺼냈다. 다보스포럼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했던 국제 행사다.
[주정완의 글로벌 J카페]
베일 벗은 시진핑 경제 최측근 류허
다음 주 다보스에서 국제 무대 등장
시 주석과 중학교 동창, 50년 절친
금융 담당 부총리에 사실상 내정
중국 지도부 중 드문 하버드대 출신
해외서도 "금융개혁 적임자" 시각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그동안 중국 밖에선 거의 활동이 없었다. 이번 발표로 류 주임은 세계 주요 정치ㆍ경제 지도자가 모이는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류 주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거리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글로벌 지도자들은 개방과 협력에 힘써야 한다”며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당시)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올해 다보스에서 시 주석을 대신해 류 주임이 내놓을 메시지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류 주임이 오는 3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금융 담당 부총리로 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마카이(馬凱) 부총리의 후임으로 사실상 류 주임이 내정됐다는 뜻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기립해 있다.
시 주석과 류 주임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 베이징 명문 중ㆍ고등학교인 ‘101중학교’를 나왔고, 재학 당시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서적인 공감대도 깊다. 이들의 학창 시절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기간이었다. 당시 수많은 ‘지식청년’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 주석과 류 주임 모두 가난한 농촌에 내려가 재교육을 받는 ‘하방(下放)’에 동참했다. 류 주임은 군인과 농민, 공장 노동자를 모두 경험했다.
류 주임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깊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가운데 보기 드문 하버드대 유학파다. 1970년대 후반 베이징 인민대 산업경제학과를 나와서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시턴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MPA)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돌아온 류 주임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진핑이란 3명의 국가주석을 모시고 경제개혁의 최일선에서 일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 대화’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가운데)과 각국 대표들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류 주임은 오랫동안 권력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많은 전문가가 2016년 5월 인민일보에 과도한 부채 증가와 부실자산의 문제를 지적했던 ‘당국자’는 류 주임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말한 21세기 중국 주도의 ‘뉴노멀(新常態)’이란 개념도 류 주임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 주임이 마침내 권력의 핵심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발탁됐다.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은 중국 공산당의 최고 핵심기구다.
중국 위안화.
류 주임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를 분석한 ‘두 차례 글로벌 대위기의 비교연구’란 책을 쓰기도 했다. ‘중국 금융의 변화’란 책의 저자인 제임스 스턴트는 “금융 시스템에 불필요한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시스템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