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위안부 합의 잘못돼 … 대통령으로서 사과”

중앙일보

입력 2018.01.05 01:25

수정 2018.01.0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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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 죄송
한·일 공식합의 부인할 수 없지만
문제 해결됐다 받아들일 수 없어”
할머니들 “일본에 사죄 받아야”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며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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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체결된 합의에 대한 사실상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피해자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전에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며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고 법적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립유공자와의 청와대 오찬에 김 할머니를 초청했고, 지난해 추석 연휴 때도 전화로 안부를 물은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찬에 늦은 한 할머니를 15분간 서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미에현 이세시에 있는 이세 신궁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참배 후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 국정 운영 방안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일본의 공식 사죄를 요구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이) 소녀상을 철거하라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73년을 기다렸는데도 (일본은) 아직 사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신년사 발표를 겸한 기자회견을 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공식 회견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20분간 신년사를 통해 새해 국정운영 기조를 밝힌 뒤 1시간가량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