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라이벌 열전③
지난해 11월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나란히 코너를 돌고 있는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쌍두마차’ 최민정(왼쪽)과 심석희. 두 선수 모두 고교 시절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천재 스케이터’다. 2월 평창올림픽에서는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뉴시스]
‘쌍두마차’ 심석희(22·한국체대)와 최민정(21·성남시청)이 있기에 가능한 목표다. 여자대표팀은 2017~18시즌 4차례 월드컵(4종목)에 걸린 16개 금메달 가운데 10개를 휩쓸었다. 최민정이 금메달 6개(500m 1개, 1000m 2개, 1500m 3개), 심석희가 2개(1000m·1500m 1개)를 땄다. 3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어린 시절 같은 지도자에게 스케이트를 배운 심석희와 최민정은 서로를 잘 아는 ‘환상의 파트너’다. 하지만 계주를 제외한 나머지 3종목의 승자는 단 한 명뿐이다. 그래서 둘은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빙판 ‘쌍두마차’ 최민정·심석희
올 월드컵 계주 포함 금 10개 합작
같은 코치에 배워 ‘환상의 파트너’
각 종목 1위 자리 다투는 경쟁자
최민정, 체구 작지만 질풍 스퍼트
심석희, 강한 체력에 유연성 좋아
심석희는 2014년 소치올림픽이 발굴한 최고 스타다. 당시 여자 3000m 계주에서 2위로 달리다 마지막 주자로 나서 놀라운 스퍼트로 중국을 추월해 1위로 골인했다. 당시 고교 2학년이었던 심석희는 ‘국민 여동생’이 됐다. 심석희는 소치에서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도 땄다. 이후 심석희와 최민정은 엎치락뒤치락했다.
최민정-심석희
최민정과 심석희는 닮은 듯 다르다. “특기도 스케이트, 취미도 스케이트”라고 말하는 건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는 데다 수줍은 표정과 차분한 말투까지도 똑 닮았다. 그러나 링크 안에 서면 정반대다. 키 1m62㎝인 최민정은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진선유(1m64㎝·단국대 코치)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작은 체구지만 폭발적인 스퍼트가 장기다. 특히 추월하기 힘든 바깥쪽을 파고들면서 상대를 쉽게 제친다. 최민정은 “몸싸움이 약한 편이어서 상대 선수를 추월할 수 있는 막판 스퍼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심석희는 국내에서 쉽게 찾기 힘든 유형이다. 심석희의 키는 1m75㎝로 체격이 마치 서양 선수 같다. 쇼트트랙에선 ‘몸집이 작아야 유리하다’고 하지만 심석희는 강한 체력과 유연성으로 그 단점을 상쇄했다. 몸싸움이 많은 쇼트트랙에서 심석희의 큰 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심석희가 소치올림픽 이후 기복을 보인 사이 최민정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러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라이벌’이 됐다. 둘 사이에도 묘한 경쟁의식이 싹텄다. 조재범 코치는 “라이벌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의식하더라. 그래도 2년 전보단 둘의 관계가 좋아졌다”며 “지나친 경쟁의식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외부의 적(敵)도 경계해야 한다. 캐나다의 킴 부탱(24)은 유력한 대항마다. 부탱은 올 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메달 9개(금2·은6·동1)를 땄다. 그는 현재 500m·1000m에서 최민정에 이어 2위, 1500m에선 3위다. 500m에는 강자 엘리스 크리스티(28·영국)도 있다. 허벅지 부상으로 1~3차 월드컵에서 동메달 1개(1차 1000m)에 그쳤던 크리스티는 서울에서 열린 4차 대회 500m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국의 ‘나쁜 손’도 경계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의 교묘한 반칙에 발목이 잡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은 “중국 선수들은 1위를 못하더라도 한국 선수에게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중국의 집요한 견제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