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민생경제살리기위원회 위원들과 소상공인연합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안법 개정안 연내 국회 통과와 최저임금 지원 대책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판매된 양말[사진 뉴스1, 중앙포토]
국회가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다. 여야 정쟁으로 국회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전기용품및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 등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다. 소상공인업계의 피해가 우려되는 전안법 시행을 사흘 앞둔 28일 여야는 여전히 개헌 시기나 사법개혁 논의 기구 설치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의사 일정 합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안법은 전기용품에 적용되던 KC(Korea Certificate, 국가통합인증규격) 인증 취득 의무를 생활용품인 의류ㆍ잡화 등으로까지 확대한 법이다. 옷의 섬유 소재나 장신구 에 대해서도 국가가 지정한 기관의 KC인증을 받도록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산업자원부가 발의해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여야 개헌특위 힘싸움에 연내 본회의 개최 불투명
전안법 시행땐 배보다 배꼽 "1000원 양말에도 KC 인증 비용"
법 유예 개정안 만들었지만 여야 갈등에 '법안 패싱'
이에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전안법 개정안이 지난 9월 4일 발의됐다. 개정안은 ‘안전기준 준수대상 생활용품’ 군을 별도로 만들고 이 대상에 포함되는 제품은 KC인증 대신 안전기준만 지키면 되도록 했다. 의류ㆍ잡화 등의 제품을 KC 인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업계와 소비자협회,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진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원안을 낸 당시 산자부장관 출신 윤상직 한국당 의원이 사과까지 하면서 통과됐으나 12월 20일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또다시 좌절됐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민주 소상공인특별위원회 및 소상공인 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7.2.13/뉴스1
전날 정세균 의장은 여야 협상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합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겠다고 압박했으나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급기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견은 이견대로 원내지도부간 논의를 이어가고 시급한 민생 법안은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며 분리 접근을 제안한 상태다. 반면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문구 하나로 양보를 안 해서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과되지 못하는 건 민주당 책임”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를 ‘최악의 정치꼼수’라고 맞받았다.
결국 민생을 앞세웠던 여야가 정작 쟁점 사안에 대해선 서로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으면서 전안법 통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시간이 갈수록 싸늘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정치권을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입씨름 그만두고 서민 죽이는 악법부터 폐지하라“, “전안법 개정안 통과 안 되면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 “개헌 갖고 싸우든 말든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안법부터 통과시켜라” 등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전안법 개정 또는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17만1000명을 넘어섰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전안법 개정을 촉구했다.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어제 밤새 소상공인으로부터 전안법 통과 문자폭탄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지난 26일 국회앞에서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1인시위에 돌입한 모습[사진 소상공인연합회]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