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요셉과 마리아의 발자국엔 수많은 다른 발자취가 숨어 있다.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수백만 명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출발하지만, 또한 대개는 단지 생존을 위해 떠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수 탄생한 베들레헴은 '트럼프 효과'로 냉랭
이라크 모술에선 IS 격퇴 후 첫 크리스마스 맞이
교황은 "신은 종종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와 이웃을 걸어 다니며, 우리의 버스를 타고 문을 두드리는, 환영받지 못하는 방문자 안에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이 어떠한 모습으로도 올 수 있다는 인식이 "누구도 이 땅에 쉴 곳 없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탈리아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이다. 그는 2013년 교황 즉위 이래 국제 사회가 난민과 이민자에 맞서 장벽을 쌓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대성당 안팎에는 1만명이 몰려 교황의 강론을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엔 양국 간 충돌은 없었지만, 소요 사태에 대한 우려로 성지 순례 방문객은 줄었다. 팔레스타인 정부 역시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축소했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안톤 살먼 베들레헴 시장은 "우리는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과 (미국의 결정에 대한) 분노 및 거부의 표현으로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종교의식에 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안 그래도 얼어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표를 했다. 과테말라도 미국을 따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다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에 아부하는 한편 국내의 정치적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아들과 형제 등 가족의 부패 연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이라크 모술에선 지난 7월 이슬람 국가(IS) 격퇴 이후 첫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4년 만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모술에선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고 보도했다. 모술 세인트 폴 성당에는 크리스천뿐 아니라 무슬림까지 모여 이라크 국가와 찬송가를 부르며 IS의 종말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IS가 2014년 도시를 점령한 이후 크리스천 수천 명이 모술을 떠났다. IS 격퇴 이후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