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5만890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자 4만5008명(투표율 88.4%) 중 2만2611명(50.2%)이 반대표를 던져 잠정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과반이 찬성해야 잠정 합의안 통과가 가능했지만,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은 48%(2만1707명)를 겨우 넘었다.
현대차 노조 측은 “임금 인상 수준이 예년 수준보다 부족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ㆍ사는 앞서 19일 진행된 올해 제39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으로 임금의 300% 지급 △1인당 격려금 300만원(현금 280만원 및 중소기업 제품 구매 시 20만원 상당의 포인트)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 잠정합의안에 50.2% "반대"
임금 인상 폭 적은 불만 때문인 듯
29일 창사 50년 생일 앞둔 현대차
사상 처음 해 넘겨 협상 진행할 듯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노ㆍ사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8월 1차 잠정 합의안이 부결돼, 기본급 인상 폭을 조정한 뒤 10월이 돼서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미 12월 중순을 넘긴 시점에 잠정 합의안이 나온 상황이라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1967년 창사 이후 임단협이 해를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그동안 노조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에 직면해 온 현대차로선 연내 협상을 위해 임금 등을 더 양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장현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회사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의 이익만 챙기려 하는 노조에 대해 비판이 많은 건 맞다”며 “하지만 마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달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차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떠넘겨온 사측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교섭팀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 측이 고려 중인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곧장 추가 협상에 돌입해 최대한 연내에 교섭을 마무리하는 방안 △파업을 이어나가는 방안 △대의원 선거 이후인 내년 2월까지 교섭을 미루고 장기전에 돌입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노ㆍ사가 즉시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는다 해도 조정된 합의안을 내놓아야 하고, 조합원 투표도 다시 거쳐야 해 시일이 꽤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부결로 인해 노조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거나, 지도부에 대한 지지가 내려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조 지도부는 투표가 있기 전인 21일 “잠정 합의 통과 유ㆍ무를 떠나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감정적 부결운동은 현장혼란만 가중한다”며 내부 부결운동을 겨냥한 대자보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기아자동차의 임금협상 역시 내년까지 미뤄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ㆍ사의 협상은 기아차 협상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아차는 현재 노조에 △기본급 5만5000원 인상 △성과급ㆍ격려금으로 임금의 300%와 현금 2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한 상황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