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숨진 신생아는 모두 임신 37주 미만의 미숙아(조산아)들이다. 제일 먼저 숨진 안모 아기가 34주 만에 태어났고, 두 번째로 숨진 김모 아기가 25주였다. 그 뒤에 사망한 두 명은 모두 31주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숙아는 전체 출생아의 7.2%(2만9390명)이다. 전년보다 0.3% 포인트 올랐다.
16일 이대목동병원서 숨진 신생아 사인 '오리무중'
의료계도 의견 분분하지만 "전례 없다"는 건 분명
일반 신생아보다 질병 취약, 4명 모두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 등에 따른 병원 내 감염 가능성 제기
보건당국 "감염병 발생해도 동시 사망 거의 없어"
장 썩는 괴사성 장염일 수도…미숙아 중 2명 걸려
"미숙아에 무서운 병" 지적, 병원은 "증세 다 달라"
"의학적 설명 안 돼" 원인 단정 어렵다는 의견도
이렇게 빨리 태어난 미숙아는 일반적인 신생아보다 질병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미숙아의 사망률은 1000명당 23.7명(2015년)으로 37주 이상 출생아(1.1명)의 20배를 넘는다. 특히 태아가 엄마 자궁 속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고, 출생 시 몸무게가 작을수록 건강 상태가 떨어진다. 이대목동병원의 미숙아 4명도 모두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숨진 아기들이) 16명 중에 가장 중한 환자들이 있던 구역에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치료기술 향상으로 국내 미숙아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1.5㎏ 미만 미숙아의 경우 2007년 83.2%에 머물던 생존율이 2015년에는 87.9%로 향상됐다. 또 1㎏ 미만 미숙아의 생존율도 같은 기간 62.7%에서 72.8%로 각각 높아졌다.
병원 내 감염은 보통 서서히 발병하지만, 급격히 진행될 수도 있다. 특히 기도 삽관이나 항생제 사용, 장기간 입원 등에 해당하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에 숨진 신생아들도 꽤 오랜 기간 입원했다. 가장 짧은 김모 아기가 9일이었고, 나머지는 각각 24일, 5주, 6주가량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았다.
또 폐가 미성숙한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 중에 폐렴 등의 질환이 생겼을 수 있다. 이런 폐렴은 대개 치료 후 회복되지만, 폐가 기흉처럼 급작스럽게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이대목동병원에선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7월엔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결핵에 걸린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이 신생아 166명의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두 명이 잠복 결핵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에는 생후 5개월 영아가 맞던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감염병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사인은 부검 결과를 봐야 한다. 다만 감염병이 발생해도 동시에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고, 사전에 증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익 위기대응총괄과장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나머지 12명에게 아직 이상 증세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2명의 환자에게 열·설사 등의 전형적인 감염병 증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장ㆍ대장ㆍ맹장 등이 썩어들어가는 염증성 질환인 신생아 괴사성 장염이 사망 원인일 수도 있다. 4명 중 2명이 걸렸다는 게 이대목동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 병은 전체 미숙아의 1~5%에서 발생한다. 괴사성 장염은 인공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미성숙한 아이의 장 점막에 무리가 오면서 천공이 생기는 질환이다. 복부가 부풀어 오르고 소화가 잘 안 된다. 체온이 떨어지고 팔다리 등이 암청색으로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5명 중 1명꼴로 사망하게 된다.
정은경 본부장은 "괴사성 장염의 가능성도 두고 봐야 한다. 증세가 진행되면 패혈증으로 가기 때문에 미숙아에게 무서운 병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32주 이하의 미숙아는 장기가 덜 성숙하고 면역력이 훨씬 떨어지는 편이라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성이 올라간다. 특히 괴사성 장염 감염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일부 신생아가 배가 볼록한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신생아마다 증세가 다 달랐다”고 말했다.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수영 명예회장은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로 몸에 연결된 튜브가 막히면 몹시 아픈 아이들에겐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인큐베이터 고장이나 감염병이 4명에 한꺼번에 발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어린이병원 교수는 "별 증상이 없던 아이들이 갑작스레 숨지는 건 의학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면서 "대개는 의료진이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사인들이 미리 보이고 심정지가 오기 전에 막는다.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종훈ㆍ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