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스포츠 강국 되려면 <4·끝>
채재성 교수는 ’스포츠클럽이 많아지면 선수 출신 지도자의 일자리도 는다. 생활체육 활성화는 엘리트 스포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생활체육 전문가 채재성 교수 진단
엘리트 선수만 생각하면 남아돌아
공공스포츠클럽·동호인에 개방을
270개 시·군·구 동네 예체능 실현
선수 출신 지도자가 유망주 발굴
전문 선수로 키우는 시스템 필요
사후 활용 방안 경기장표
채 교수가 스포츠클럽 위주의 생활 체육 활성화 방안을 떠올린 건 엘리트 위주 시스템의 폐해가 지나치게 크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공부 안 하는 운동 선수, 체육 특기자 선발 제도의 폐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엘리트 선수가 매년 줄어드는 현상 등 여러 문제점의 배경에 소수 정예 선수만 키워내는 체육 시스템이 있다”고 진단한 그는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방식을 당장 없애자는 게 아니라 ‘생활스포츠클럽’이라는 또 하나의 길을 열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라 말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스포츠클럽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지난 2013년 전국을 통틀어 9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2곳에 이른다. 정부는 향후 전국 270개 시·군·구 전체에 수만 개의 스포츠클럽을 설립해 ‘우리 동네 예체능’을 실현할 예정이다. 채 교수는 “기존 사설 스포츠클럽과 견줘 공공스포츠클럽이 갖는 장점은 우수한 강사진과 저렴한 비용”이라면서 “조기축구회는 친목 단체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공공스포츠클럽은 선수 출신의 지도자가 유망주를 발굴·육성해 엘리트 선수로 키워내는 과정까지 책임질 수 있다”고 했다.
채 교수가 공공스포츠클럽 활성화의 전제조건으로 꼽은 건 인내심이다. 그는 “스포츠클럽은 ‘즐기면서 운동한다’는 기본 원칙 안에서 운영되는 만큼 국제대회 경쟁력 유지가 관건인 엘리트 체육과는 차이가 있다”며 “스포츠클럽이 엘리트 선수 육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전국에 수천에서 수만 개의 클럽이 생겨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 한 개에 열광하는 우리 체육계가 그 사이에 발생할 지 모를 국가대표팀 경기력 저하 현상을 감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 진단했다. 채 교수는 또 “영화 ‘우생순’의 배경이 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우리와 상대한 덴마크 대표팀은 1000여 개의 핸드볼 클럽에서 뽑은 선수들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실업팀은 네 곳 뿐이었다”면서 “기적의 드라마는 아름답지만 반복되긴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도 1000개의 핸드볼 팀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