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 정치부 차장
“애호박으로 맞아봤음? (코 찡긋)”이라는 글에서 비롯돼 유아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부 페미니즘 커뮤니티와 벌인 설전은 일찍이 한국 사회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우선 유명인 대 불특정 다수의 격돌이었다. 영화 ‘디 워’를 둘러싸고 대중과 불화했던 진중권 이후 10여 년 만이다. 진씨는 평론가였다. 말발로, 논쟁으로 먹고사는 논객이라는 얘기다. 반면 유아인은 연예인이다. 이미지가 절대적이다. 굳이 싸울 필요도 없고, 결코 이길 수도 없거니와, 설사 이겨봤자 상처만 남는다. 게다가 테마는 2017년 휘발성이 가장 큰 ‘여혐’ 아닌가. 가부장적 모순에 일말의 ‘켕김’이 있는 한국 남성이라면 움찔할 수밖에 없다. 그 성역을 유아인은 특유의 감수성으로 헤쳐나갔다.
블랙코드 12/1
직업 탓일 게다. 이 논란을 보며 작금의 언론 환경이 떠오른 건. 무릇 언론이라면 정치 권력에서, 자본에서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대통령과 삼성을 맘껏 조롱할 수 있는 세상인데. 이제 언론이, 기자가 눈치 보고 두려워하는 건 단연 군중 세력이다.
디지털 환경일수록 심하다. 군중에 영합해야 클릭 수가 높아진다. 자칫 역행했다간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논쟁적 이슈를 가급적 피하고, 설사 개입해도 톤을 낮추거나 진영 논리로 보호막을 친다. 약자 코스프레로 기득권을 공격하면 더욱 안전하다. 이런 황량함이 난무하는 여론시장에서 한 젊은이가 온몸 던져 왜곡된 집단의식과 일전을 불사했다.
그러곤 지금 무심한 척 언론에 되묻고 있다. 정론직필을 믿는가.
최민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