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금요일 안식일(24일)을 맞아 수백 명의 신도가 예배를 보고 있던 시나이반도 비르 알아베드 지역의 알라우다 이슬람 사원에 약 30명의 무장 괴한들이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괴한들의 움직임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만큼 조직적이고 치밀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은 모스크 정문과 12개 창문에 자리를 잡고 시민들이 밀집한 건물 내부에 폭탄을 던진 뒤 도망쳐 나오는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시민들의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모스크 주변에 주차된 차량에 불을 질러 놓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사망하고 120여 명이 다쳤다.
이집트 이슬람사원 최소 305명 사망
이슬람 분파 수피교도 큰 피해
무장단체 활동 급증한 시나이반도
카이로와 멀어 정부 통제력 약해
이집트 정부는 이번 테러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지만 외신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 수년간 IS 시나이지부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음에도 이 지역의 테러 공격을 뿌리뽑지 못했다.
시나이반도는 수도 카이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정부 통제력이 약한 지역이다. 면적은 6만㎢로 한국의 60% 수준이지만 인구는 고작 140만 명에 불과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땅이 많고, 사막과 산악지대가 넓게 형성돼 있어 무장단체의 게릴라 활동을 막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수차례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집트 정부는 시나이 지역을 군사작전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을 뿐 이 지역의 높은 빈곤율과 실업율, 낮은 교육수준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환경 탓에 시나이반도는 무기 밀매조직 등 각종 불법 단체의 온상이 돼 왔다. 특히 지난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세속주의 성향인 엘시시의 쿠데타로 축출되자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의 반정부 활동이 급격히 늘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씽크탱크인 타흐리르중동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7월 무르시가 축출된 이래 시나이반도에선 1700여 건의 테러가 발생했고 군·경 병력만 약 1000명이 사망했다. 2014년 2월엔 IS 시나이지부의 전신인 극단주의 단체 알마크디스가 한국 관광객들이 탄 버스에 폭탄 테러를 가해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