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실제로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인구절벽 시대가 온다는데, 과연 지방분권을 해서 실익이 있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오히려 빅데이터 시대에는 집적의 힘이 강하고, 분산은 국가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논박도 듣는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사실은 알쏭달쏭한 기분이 든다. 기술의 변혁이 진정 우리 삶과 지방정치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의 최종 지향점은
사업 주체의 변화가 아니라
집단지성 살리는 의사결정과
관계의 수평화 이루는 길
시론 11/25
개미의 법칙과 페르마의 법칙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집단지성의 힘은 정보화의 유목적 공간이 확장됨에 따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즉, 고체(固體)사회에서 유체(流體)사회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의사결정의 분권과 분산이 답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지역사회의 관계는 수직적인 전통적 관료사회 형태인 고체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된 네트워크 사회, 사이버 민주주의, SNS 세상이 갖는 수많은 수평적 집단지성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유체사회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는 집단지성이 아닌 소수자들의 과잉대표성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고, 관료제의 계급이 지배하는 행태가 지속되면 지방정부로의 분권이 된다 한들 우리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사업의 주체만 중앙에서 지방으로 바뀌는 것이 분권이 아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떻게 하면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지역사회의 관계를 피라미드와 같은 관계에서 1:1의 수평적으로, 그리고 집단지성을 살릴 수 있도록 법 제도와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느냐다. 즉, 다름 아닌 협치적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냐가 분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핵심 과제는 신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재정지출 권한의 조정, 경찰과 교육자치의 실현 등 하드웨어적인 분권 로드맵이 아니다. 의사결정 구조를 피라미드 구조에서 수평적 집단지성 구조로 바꾸는 게 핵심 과제여야 한다. 지방과 중앙의 관계는 나라마다 다르며 정형화된 정답은 없다.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 국회 및 지방의회에서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공공과 국민의 거리를 좁혀야 하며 수준별로 쉽게 접근하고 생활 이슈를 스스로 결정하는 협치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분권형 사회를 만들게 돼 경쟁력도 강해질 뿐만 아니라 살 만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임승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