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구한의대 김성삼 교수가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심리치료 등을 하며 위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발생 당시 심리지원단으로 활동한 박재홍 경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국민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이중으로 심리지원단을 컨트롤했고 여러 지역에서 자원봉사단이 지원 나와 피해주민들을 대상으로 두 번, 세 번씩 지진 피해 경험을 묻는 오류를 범했다”며 “포항 지진 피해 주민들은 당시 지진 상황을 계속 떠올리지 않도록 심리지원단 창구를 단일화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리치료지원단 창구 단일화해서 지진 피해자들에게 중복된 질문 말아야
노인층 뿐 아니라 젊은 주부, 학생 대상으로 심리치료 진행해야…SNS 활용
마을마다 지진 대응 전문가 양성해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감 심어주는 게 중요
당시 경주시지진피해심리단은 부곡병원, 경북정신건강증진센터, 경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 경주시보건소정신사업팀에서 급파된 40명의 의료진으로 꾸려졌다. 2016년 9월 20일 구성된 심리지원팀은 그해 12월까지 운영됐고 약 3200명이 심리치료를 받았다.
경주시는 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지진심리치료를 진행했다. [사진 경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지진 발생 이후 한 달간 심리치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며 “지진 피해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진을 현장에 바로 파견해서 집중적으로 심리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대구한의대 김성삼교수가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심리치료 등을 하며 위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주시지진피해심리단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젊은층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했다고 한다. 카카오톡에서 ‘경주힐링 톡톡’ 아이디를 만들고 전문상담사를 10명 배치해 24시간 온라인 상담을 진행했다. 직장생활을 위해 경주로 왔다가 지진을 경험한 임진숙(33) 씨는 ‘힐링 톡톡'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는 “잠을 자다가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에 갑자기 깨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이때 카카오톡으로 1:1 채팅을 하면 새벽에도 전문상담사가 답을 해줬다. 누군가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니깐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더라”고 회고했다.
지난 19일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대피소가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기쁨의 교회 복지관 .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지진의 경우 일상생활이 힘든 고위험군 환자를 치료하는 게 특히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박 센터장은 “상담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고위험군 환자는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약을 먹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약을 먹고 잠이 들면 지진이 왔을 때 대피를 못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런 환자들은 주위 사람들이 끊임없이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이나 지인 중에 지진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가 있다면 윽박지르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경애 경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 팀장은 “지진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나 똑같이 경험하게 되는 불안감이라고 말해주면 불안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자신의 고통을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주면 고통을 극복하는 것 또한 쉬워진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해군 제6항공전단 시설대대 장병들이 규모 5.4의 강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주택가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 및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