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은 이날 오후 인니 수도 자카르타에서 60㎞ 떨어진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열린 조코위 대통령 주최 환영식과 정상회담에서 지난 2006년 수립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격상하며 “양국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지역 및 전 세계에 대한 기여를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산업·교통·보건 분야의 정부 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비롯, 11건의 MOU도 채결했다.
문 대통령, 인니 정상회담서 아세안 첫 공동비전 성명 채택
'신(新)남방정책' 선포…"2020년까지 아세안서 中 잡는다"
'역사적 유사성' 강조하며 쇼핑몰서 전통옷 구입 깜짝행보
인니를 비롯한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남북한과 동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에서도 동남아 국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방송된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에 한 목소리를 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한 강도 높은 제재들을 함께 성실히 이행해주면 그것도 북핵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을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신(新)남방정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무역 확대 목표로 ‘2020년까지 교역량 2000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현재 아세안과의 교역 1위인 중국의 연간 교역량(2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니는 아세안 전체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면적 등에서 모두 아세안 10개국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동남아의 중심 국가다.
그는 “양국이 공식 수교한 것은 1973년이지만, 600여 년 전 조선왕조 시대에 자바(Java)국의 사신이 두 차례 방문했다는 기록이 역사서에 남아 있다”며 “자바 국왕이 인도네시아 토산물을 보냈고 조선의 국왕 태종이 옷과 음식을 주며 사신을 후하게 대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경험했고 권위주의 체제를 겪었다”며 “(아세안과) 비슷한 처지의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 확대는 아주 편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니는 과거 350년간의 네덜란드 식민 통치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의 통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후 오랜 독재 체제와 탄핵 등을 거쳐 2004년 최초로 직선제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다.
현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당선된 두번째 직선제 대통령으로, 정치 엘리트가 아닌 첫 서민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부패 척결을 통한 정치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도 ‘적폐청산’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과 유사하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 사이에 문 대통령을 인근에 있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트로 인도했다. 마트까지 문 대통령을 태운 전기카트를 직접 운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니의 전통 염색 방식으로 만든 옷 바틱(Batik)을 구입해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쇼핑몰 방문은 동남아 순방 전 “서민행보로 유명한 조코위 대통령과 시장이나 국민이 사는 모습을 함께 보는 것이 어떠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카트를 운전하는 일정은 인니측의 ‘깜짝 화답’이었다.
자카르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