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 곳곳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산·세종·대구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곤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분양은 늘고, 청약 열기는 시들한데, 향후 경기 전망까지 어둡다. 거기다 대규모 입주 쓰나미까지 몰려온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달아오른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열기 ‘착시’에 가렸던 양극화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지방 미분양 주택 4만 가구 훌쩍
6채 중 1채는 입주 시기 이미 지나
부산·세종·대구 빼곤 집값도 하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속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9월 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170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16% 수준이다. 그런데 지방에선 준공(입주) 시기가 지나서도 빈집으로 남은 ‘악성’ 미분양이 6채 중 1채 꼴이란 얘기다.
청약 현장 곳곳도 썰렁하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경기도 포천 신읍동에 짓는 ‘포천 신읍 코아루 더 스카이 1·2 단지’는 지난달 각각 166가구, 88가구 분양에 단 한 명도 청약 접수를 하지 않았다. 전북 ‘순창 미르채’는 75가구 모집에 1순위 신청자가 없었고, 전남 강진 ‘남양휴튼 1단지’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0.04대1이었다. 전용면적 80㎡ 157가구를 일반 분양한 경북 ‘칠곡북삼 서희스타힐스’는 23건이 접수돼 전 평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집값은 하락세다. 경남·경북·울산 등은 집값 상승률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다.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수도권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집값이 2.65% 오르는 동안 수도권은 1.85%, 지방은 0.67% 올랐다. 지방에서도 광역시를 제외한 8개 도는 0.2%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연말부터는 입주 쓰나미가 몰려 온다.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신규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3만8954가구다. 전년 동기대비 57% 늘었다. 그 중 지방이 6만4203가구다. 입주가 일시적으로 몰리면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부산·세종·대구 정도를 제외하면 지방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며 “이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강화하면 시장이 극도로 위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투기수요를 잡으려고 낸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지방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