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 등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피곤 감에 소화도 잘 안 된다. 지난 연휴 기간 중 3박 5일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공개로 올린 ‘베트남 추억’ 사진을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황금연휴 끝 복귀 시간 더디게 느껴져
몸은 천근만근, 머리는 지끈지끈 후유증
2025년 10일간의 추석 기다려 '위안'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목소리도
명절스트레스에 긴 연휴 꺼리기도
그로부터 또다시 3년 뒤인 2028년에는 9일간의 황금연휴(2028년 10월 6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경우)가 또 기다리고 있다. 반면 2022년 9월 추석은 상대적으로 실망이다. 연휴가 나흘뿐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친구들끼리의 단체 채팅방에서 ‘2028년을 위해 여행자금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런 위안이라도 없으면 직장생활 할 맛이 안 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 다니는 몇몇 친구 녀석들은 그때까지 목이 붙어 있을까(명예퇴직 의미) 걱정하더라”고 씁쓸해했다.
서울 서대문 직장에 다니는 김모(32·여)씨 역시 연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연휴 전 받아든 건강검진 결과상 아픈 곳 하나 없는데 요즘 누군가 머리를 쿡쿡 찌르는 것 같다. 9시 출근시간을 맞추려면 늦어도 7시쯤 침대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김씨는 “매우 괴로운 한 주였다. 오늘이 불길하다는 ‘13일의 금요일’이지만 나에게는 '행운의 13일 금요일'이다. 조금만 견디면 주말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도 그나마 위안은 8년 후 추석이다.
단군 이래 최장 연휴가 남긴 후유증에 직장인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한주를 보내고 있다. 13일 취업 포털 업체인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성인 남녀 541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후유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8.8%의 응답자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들은 65.3%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겪는 명절 후유증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는 ‘의욕저하·무기력증’(71.7%)이었다. ‘피곤과 졸음’(63.8%), ‘수면장애’(28.9%·이상 모두 복수응답 조사)이 뒤를 이었다. 후유증을 겪는 원인은 ‘연휴가 너무 길어 적응이 어려워서’(53.1%)를 1위로 꼽았다.
요즘의 이런 후유증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년 후를 기다려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고, 2025년 빨간날이 쭉 이어진 10월 달력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단체 채팅창에서 소식을 공유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또 한번의 한가위 황금연휴로 위안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와 달리 황금연휴가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다. 서울의 한 유명호텔에 다니는 이모(40·여)씨는 “연휴가 긴 만큼 시댁에서 겪은 명절 스트레스도 상당했다”며 “전에는 연휴가 짧아 시댁에서 1박2일 정도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3박4일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15년차 중소기업 직원 최모(45)씨 역시 “해외여행을 나가는 이들을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4~5일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