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 요청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번 주 안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지난달 25일 출범한 조사위는 두 차례 회의를 거쳐 국정화 전환 과정에서 제기된 여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2015년 제출된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
의견 수렴 마지막날 53개 박스 무더기 제출
2만8000장 조사 결과 84%가 동일한 형식
일부는 '박근혜' '박정희' 명의로 제출돼
일부는 의견 제출자 주소를 '청와대'로 기재해
'차떼기' 접수를 교육부가 사전 파악한 정황도
조사위 “여론 조작 개연성 충분. 철저한 수사 촉구”
조작 사실이면 관련자 신분상 조치 등 요청 예정
교육부는 다음날인 11월 3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면서 찬성 의견 15만2805명, 반대 의견 32만10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 의견 제출자는 모두 437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613명은 동일한 주소를 사용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개인정보란에 성명을 이완용·박정희·박근혜로 적거나 주소를 조선총독부·청와대로 기재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의견서도 나왔다.
전화 연결이 된 사람 중 찬성의견서 제출 사실을 긍정한 사람은 129명(51%)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제출한 사실이 없다’(64명)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47명)고 답했다. 12명은 인적사항이 일치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당시 ‘차떼기 제출’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교육부 자체 조사 결과, 의견 접수 마지막 날 당시 학교정책실장이 “밤에 찬성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직원들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직원 200여 명이 자정 무렵까지 남아 의견서 숫자를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고 교육부 직원들은 증언했다.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장은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등의 위·변조, 위조사문서 등 행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여론 개입 수사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협력 여부, 여론 조작 여부 등 사실 관계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에 대한 신분상 조치 등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