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영화판만이 아니다. 삼촌팬들이 환호하는 걸그룹 공연에는 수천 명이 몰리지만 잘나가는 보이그룹이 한 번 뜨면 수만 명은 기본이다. 요즘 대세라는 보이그룹 ‘워너원’이 지난 8월 데뷔 공연을 했을 때 2만여 석 전석이 매진돼 암표까지 나돌았다. 지난해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빅뱅’ 공연에는 해외에서 온 팬들을 포함해 6만 명이 몰렸다. 장안의 화제였던 ‘프로듀스 101’도 여성 아이돌을 뽑았던 시즌1보다 남성 아이돌을 뽑은 시즌2의 인기가 훨씬 높았다. 국민 팬투표에서 1위를 한 강다니엘을 두고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강다니엘 두 사람이 움직인다”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남녀평등의 역설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향유하는 건 여성이다. 이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잘생기고 멋진 남자 캐릭터들이 갈수록 인기를 얻는다. 반면 남성들이 주로 찾는 여성 연예인 수요는 상대적으로 위축된다. 1970~8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같은 시절은 남자 지갑에서만 돈이 나오던 때의 얘기일 뿐이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영화 한 편을 보며 뒤늦게 깨닫는다. 우울한 명절을 보냈을 여배우들의 건투도 빈다.
나현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