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면역학자 찰스 서 IBS 단장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17.10.0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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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서동철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의 모습. [중앙포토]

 
면역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찰스 서(한국명 서동철)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장(포스텍 융합생명과학부 교수·사진)이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별세했다. 56세.
 
고인은 ‘세계 면역학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첫 한국인 정교수였다. 또 체내 면역체계 핵심인 T세포의 탄생부터 성장, 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규명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56세 일기로 7일 미국 샌디에이고서 별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추천으로 IBS 단장 선임
T세포 만들어지는 과정 규명

서울에서 태어난 서 단장은 11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원래 의사가 되려고 했던 그는 UC샌디에이고대 화학과 2학년 때 한 실험실에서 일을 돕다 면역세포에 관심을 들였다고 한다. UC데이비스에서 면역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면역체계와 공생 세균 군체간 상호조절 기작을 연구했다.
 
생전 서 단장은 T세포의 탄생, 소멸 과정에 대한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 특히 흉선에서 만들어진 T세포 중 1%만이 외부 침입자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08년 스크립스연구소의 정교수로 임명됐다.
 
서 단장은 2012년 당시 설립이 추진되던 IBS 단장 공모에 응모, 단장에 선임됐다. 세포 면역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1996년)을 받은 피터 도허티 호주 멜버른대 교수가 그를 추천한 것이었다. 같은해 포스텍 교수로도 임용됐다.


2015년 초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서 단장은 치료와 연구를 병행했다. 지난해 2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음식물의 장내 면역반응 억제 원리를 밝혀낸 결과를 소개했고, 면역 세포 간 생존 경쟁이 면역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지난 7월 이를 면역학 학술지 ‘이뮤니티’에 발표했다. 
 
또 2007년에는 호암 의학상을 수상했고, 2010년엔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됐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던 고인은 지난해 초 병가를 내고 미국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유족은 부인과 1남2녀가 있다. IBS 측은 장례를 미국서 조용히 치르기를 원하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10~11일 경북 포항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143호에 작은 추모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문의는 054-279-2356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