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협박 사건은 공교롭게도 북한이 폐쇄된 개성공단 시설 일부를 최근 몰래 재가동한 사실이 폭로된 직후에 발생해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이 특히 주목된다.
경남 함양경찰서는 8일 “88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폭발 위험이 있는 물체와 함께 ‘개성공단에 전기를 보내라’는 협박성 글을 남긴 혐의(특수협박)로 대리운전 기사 서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6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폭발 위험물 설치 뒤 신고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시사 논평 발표와 맞물려 논란 확산
지난 달 광주 지하철역에도 ‘김정은이 암살 지시’ 쪽지 둬
서씨 “난 CIA·국정원 직원, 경찰이 사건 조작” 혐의 부인
경찰 “진술 오락가락, 간첩 혐의 없지만 범행 동기 조사”
경찰 조사 결과 미혼인 서씨는 현재 광주 지산동 한 연립주택에서 어머니(66)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외부에서 특수장애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때문에 집에는 거의 서씨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협박 내용을 들며 ‘서씨가 간첩이나 탈북민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씨는 탈북 주민은 아니고 한국 국적을 가진 내국인”이라고 말했다.
당시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상자 안에 담긴 총기류가 가스 압력으로 비비탄을 발사하는 모의 권총인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에 놓인 쪽지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요 (강원도) 철원 총기 저격을 폭로할(하)려는 김철주 동무를 제거하시오 조선노동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서 지하철역 폐쇄회로TV(CCTV) 영상과 쪽지에 묻은 지문 등을 분석해 용의자를 찾아 온 광주 서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광주 지하철역에서 발견된 쪽지와 88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던 A4 용지에 적힌 필체가 비슷한 점으로 미뤄 서씨가 직접 해당 글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씨는 경찰에서 “내 필체도 아니고, 그런 글을 쓰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필체를 확인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다른 내용의 글씨를 써보라고 했지만 일부러 글씨를 날려 썼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88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된 물건에 대해서는 “내가 물건을 발견해 신고한 건 맞지만 내 물건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체포 당시 서씨 집에서 압수한 모의 총기류 등을 바탕으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6일과 8일 잇달아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개성공단)공장이 더 힘차게 돌아갈 것”,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괴뢰들이 상관할 바 아니다”라며 개성공단 가동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6일 북한의 논평이 나온 뒤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하자 같은해 2월12일 대북 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했다.
함양·광주광역시=최은경·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