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33_메소드 / 촬영현장 / 박성웅 오승훈 방은진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706)
연출 방은진 | 각본 민예지, 방은진 | 출연 박성웅, 윤승아, 오승훈, 류태호
촬영 김형석 | 조명 김호성 | 미술 이내경 | 편집 김선민 | 음악 김준성 | 의상 유세희 | 개봉 11월 예정
[매거진M] “여기서 나갈 때쯤엔 형이나 나나 죽어 있을 거야.”
피땀으로 흥건한 두 사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바닥은 붉게 물든 지 오래. 창 하나 없는 실내엔 피 묻은 쇠사슬과 포승줄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거 죽기 딱 좋은 날씨, 아니 딱 좋은 무대. 이 현장, 아무래도 몹시 수상하다.
지난 6월 25일 일요일. 젊은 인파로 들끓던 대학로 한편의 소극장에선 철저히 문을 걸어둔 채 ‘메소드’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잡음을 피해 꺼둔 에어컨 탓인지, 무대 위의 열연 덕인지, 객석을 가득 채운 102명의 보조출연자 때문인지, 현장은 초여름 이상으로 후텁지근했다. 무대 위 박성웅과 오승훈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메소드' 촬영현장 윤승아 / 사진=라희찬(STUDIO706)
문제의 영화 속 연극 ‘언체인’은 두 주인공 월터(재하)와 싱어(영우)가 사랑과 죽음 사이에서 극도의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자 그럼, 피 비릿내 진동하는 저 컴컴한 방안에 갇힌 두 사내는 재하와 영우일까, 월터와 싱어일까.
'메소드' 촬영현장 오승훈 / 사진=라희찬(STUDIO706)
이날 촬영은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 못지 않게 관객의 리액션이 중요했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봤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이번엔 긴 환호와 박수.” “에헤이 누가 ‘박성웅 짱’이라고 했어요? 성웅이 아니라 재하예요. 다시 다시.” 객석에 앉아 현장을 염탐하던 기자도 얼떨결에 보조출연자들과 함께 방은진 감독의 디렉션을 받았다. 어느새 분위기에 눌리고 연기에 놀라, 취재를 잊고 박수를 치고 말았다.
'메소드' 촬영현장 / 박성웅 윤승아 오승훈 / 사진=라희찬(STUDIO706)
‘집으로 가는 길’(2013) 이후 4년 만의 신작. 방 감독은 두 남자의 기묘한 스캔들을 통해, 배우가 극과 인물을 파고든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하고 치명적인 과정인지 보여줄 참이다. 악역 이미지를 벗고 섬세한 연기에 도전하는 박성웅, 그를 맞상대하는 신예 오승훈의 연기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연기와 실제를 오가는 ‘메소드’의 끝에는 어떤 반전이 도사리고 있을까. 영화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를 마친 뒤, 11월 초 극장가에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메소드' 촬영현장 박성웅 오승훈 / 사진=라희찬(STUDIO706)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