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의 현실은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진영으로 갈라져 나라와 정의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국가’를 외치지만 의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절대적·무조건적 평화를 명분 삼아 집권층 내부에서부터 퍼져 가는 ‘북핵 인정’ ‘남핵 불가’ ‘미국 견제’ 같은 이상한 풍조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
김정은의 눈에 한국은 참 편하고 다루기 쉬운 먹잇감으로 보일지 모른다. 임진왜란·병자호란이 코앞에 닥쳤는데 ‘외적 침략론’과 ‘외침 불가능론’ 두 패로 나뉘어 공허한 말싸움으로 세월만 보낸 조선의 정치·공론(公論) 문화는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과 겹친다. 국내 정쟁엔 능하면서, 외적과의 싸움에선 무능하기 짝이 없던 조선조 역사가 재현될까 두렵다.
이번 추석 음식상엔 북핵과 경제·일자리 문제, 두 얼굴의 적폐청산 등 다양한 화제가 오를 것이다. 사상 최장 연휴 기간 전국 곳곳에서 형성될 추석 여론을 정치인들은 경청하길 바란다. 특히 60%대로 떨어진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의 향방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도 정치도 바람 앞 등불 같은 나라의 운명을 먼저 생각하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