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2일 밤 발부 여부 결정
71일째 맞은 KAI 수사 분수령
기각 시, 법원·검찰 갈등 재현
발부 시, '정·관계 로비' 수사 확대 관측
하 전 대표, 혐의 대부분 부인
하 전 대표가 구속되면 수사는 탄력을 받는다. 하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KAI의 분식회계,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등 경영 전반에 걸친 혐의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연루된 분식회계 총액을 5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하 전 대표가 2013년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경영 성과(매출액)를 부풀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분식회계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KAI 사천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이런 혐의를 입증할 물증 등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하 전 대표는 위장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상법ㆍ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협력업체 T사 지분 6억원어치를 차명으로 취득했으며 “이 회사가 사실상 하 전 대표의 소유”라는 진술을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생업체에 불과한 T사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관련 일감을 몰아받은 이유가 이같은 특수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삿돈 2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하 전 대표 등 KAI 핵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 등으로 지급하겠다면서 대량 구매한 상품권 중 수억원 어치를 빼돌려 ‘상품권 깡’으로 현금화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 전 대표는 또 전 대표이사에게 부과된 소득세 5억원을 회삿돈으로 대납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파악했다. 당시 하 전 대표는 재무책임자(CFO)였다.
하 전 대표는 이같은 KAI 경영비리 전반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실무진이 한 일이라서 몰랐다”거나 “경리 관련 된 일은 잘 모른다” 등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CFO를 10년 한 하 전 대표가 이같은 분식회계 등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선 하 전 대표의 ‘부품 원가 부풀리기’ 의혹은 다뤄지지 않는다. 검찰이 이 혐의를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시키지 않아서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벌여 혐의를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달 초 고등훈련기 T-50 등에 납품하는 장비 원가를 부풀린 혐의로 구속된 KAI의 구매본부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