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줄기차게 강조해온 만큼 이번에도 ‘압박’보다 ‘평화’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양쪽 간 균형의 추를 맞춘 연설을 했다. 연설 후반부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 압박·평화 함께 강조해
미국 입장 고려한 수위조절 적절
지금은 대북 지원 밝힐 상황 아냐
하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과 대조적으로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가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북핵 위기에 맞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판단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줄곧 지지해 왔다. 굶주리고 병든 어린이와 임산부를 돕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지금이 이런 결정을 내릴 적기인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북핵 문제를 두고 북·미가 물밑 접촉을 통해 전격 타협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대북 지원 사업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정은 정권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갈 핵무기 개발에 폭주하고 있다. 심지어 20일에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쌍욕이나 다름없는 “개소리”라는 표현을 써 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헐뜯었다. 그런 판에 북한을 돕겠다니 국제사회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미 동맹 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판이다. 남북교류협의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지만 실제 집행은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정부는 대북 정책을 결정하거나 발표할 때 국내외 상황을 잘 살펴 가며 지혜롭게 대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