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핵·미사일 무장을 서두르는 김정은이 자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말도 김정은에 대한 상식적인 인식을 대변한다. 그러나 북한을 완전히 파괴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지도자 제거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하겠다는 말로 김정은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 파괴라면 거기에는 2500만 북한 주민들과 북한 땅 모두가 포함된다.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평화의 전당이라는 유엔 무대에서 한 나라를 통째로 파괴한다는 발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당돌한 폭언이다.
북한 완전 파괴는 정당화될 수 없어
군사옵션은 압박수단에 머물러야
제재와 압박, 강한 억지력 보유가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대안
미국의 첨단무기를 구입하되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받아내야
남한과 일본, 그리고 어쩌면 괌에 대한 보복공격은 각오해야 한다. 매티스 장관과 한·미군 수뇌들은 정직해야 한다. 서울에 대한 중대 위험이 아니라면 어느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건가. 문제는 또 있다. 미국 단독으로 또는 한·미 연합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의 준비를 위한 병력과 장비와 함정의 이동배치가 북한에 포착되기라도 하면 북한은 사이버 선제공격으로 한·미군의 전쟁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수석연구원 스콧 세이건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에서 김정은은 군부 지도자들에게 자신이 미국의 제1격으로 사망하면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발사하라는 지시를 내려놓았을 수도 있다고 썼다. 참으로 합리적인 추측이다.
군사옵션은 압박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군사행동의 목적이 북한 파괴여서도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의 참여와 동의 없는 대북 군사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잃을 것이 많은 것이 우리의 약점이라는 것, 북한은 ‘약자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그래서 평화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이 일어나도 거기(한반도)서 일어나고 죽어도 그들(한국인들)”이라는 사고회로를 바꿔 흐루쇼프의 덫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작다. 9월 11일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북한 제재결의안 2375호는 필요한 제재의 70% 정도 될까 말까다. 중국이 문제다. 30% 부족한 제재에 중국이 동조한 데 만족할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의 카드를 들이대고 대북 원유수출을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최고의 제재와 압박, 그리고 최고 수준의 억지력 보유가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대안이다. 트럼프는 한국에 첨단무기를 많이 팔려고 ‘갑질’을 하고 있다. 그의 배후에 가공할 군산정(軍産政) 복합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래도 우리는 미국의 첨단무기를 사주는 대신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받아내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영희 칼럼니스트·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