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를 저지하겠다며 장외투쟁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일 청와대를 방문해 전병헌 정무수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3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날 면담 불발 뒤 청와대 앞 분수대에 모인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왼쪽 다섯째) 등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6~7일)에는 장외투쟁을 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만큼 장외투쟁을 중단하는 게 정치 도의에 맞는다”고 말했다. 일종의 숨 고르기다. 하지만 국회 보이콧은 계속하며 대통령 귀국 이후 주말(9일)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 살얼음판 같은 북핵 위기 국면에서 왜 한국당은 ‘공영방송 사장’ 문제에 사활을 거는 걸까.
“싸울 땐 싸워야” 당 뭉치는 효과
“안보위기 때 국회 외면” 비판 부담
고용부는 김장겸 기소 의견 내기로
한국당은 “방송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건 보수나 진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효성 위원장 해임 건의안을 검토해야 한다”(김선동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② “싸울 때 싸워야”=당장 북핵 위기가 닥쳤는데 방송 공정성만을 이유로 전면 투쟁을 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건 한국당도 인정한다. 다만 “싸울 때 싸워야 정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김정재 대변인)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내부적으로 이번 투쟁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 지리멸렬했던 당 분위기가 어느 정도 대오를 갖추면서 응집력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로 잠복돼 온 당내 갈등도 한풀 꺾였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보수 선명성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③ 전선 옮겨타기=홍 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해외에서 돌아오면 더욱 가열차게 방송 장악과 대북정책 수정 등 두 가지 목표로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방송 이슈로 대여 투쟁력을 높인 다음 안보 이슈로 갈아타겠다는 복안이다. 당 관계자는 “코드 인사, 복지 포퓰리즘 등으로도 전선을 점차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당의 한계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바른정당도 장외투쟁을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패싱’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으며 국민의당은 "국회 보이콧은 국정포기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역시 "안보를 핵심적인 가치라고 강조해 온 정당이 취할 행동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김장겸 사장은 오전 10시 서울서부고용지청에 나와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고용부는 김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침에 따라 자료를 보강한 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