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달 31일 고 김훈 중위 사망을 19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지하벙커에서 총상으로 숨진채 발견된 뒤 부실수사 등으로 타살 논란이 일며 군 의문사 사건이 됐다. 김 중위 유해(가운데)가 경기도 벽제 군 제7지구 봉안소에 안치돼 있다. [신인섭 기자]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김훈 중위 등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받은 5명에 대해 전원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벽제의 군 봉안소에 있는 김 중위의 유해는 곧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1998년 군 수사당국 “자살” 발표
유족·언론선 타살 가능성 계속 제기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에 모티브
김 중위 19년 만에 대전현충원으로
아버지 “정부가 부실 수사 사과를”
김 중위의 아버지인 김척(75·예비역 육군 중장)씨는 “지난 19년간 아이를 제대로 묻지 못해 아비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면서 “기쁘기보다는 착잡하다. 정부가 부실 수사한 점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의 군 의문사 처리 과정을 적폐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군 의문사를 비롯한 군 인권 개선과 병영문화 혁신이야말로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방개혁 2.0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 의문사 의혹은 여전하다”며 “군의 태도를 보면 고루한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 데 집착하며 늘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주요 사건에 대해 군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이 계속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군 의문사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 군 의문사 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군 의문사 조사·제도개선 추진단’을 발족했다. 김 중위와 같은 진상규명 불능 사건을 순직으로 분류하는 내용으로 군인사법 시행령도 고칠 방침이다. 또 의무복무 과정에서 사망한 병사는 순직으로 인정한다는 군 인사법·병역법 개정안(일명 ‘이등병의 엄마법’)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래에 군 인권보호관(옴부즈맨)을 둬 군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군 인권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권한을 주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