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해양경찰서는 1일 "이르면 2일(내일) 사고 어선에서 구조된 선장을 불러 사고 어선에 그물 등이 과하게 실렸는지, 배가 전복된 이후 탈출 과정에서 적정한 조처를 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고 어선의 선주에 대해서도 배나 배의 장치가 고장 나 고쳐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경은 조사 후 과실이 드러난다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전복된 광제호, 현재까지 4명 사망·2명 실종
해경, "선장과 선주 불러 과적 등 과실 여부 수사할 것"
어선위치추적장치 관련 어선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파악
지난달 31일 포항구항에서 전복된 태성호, 1명 추가 사망
지난달 31일 사건 브리핑을 통해 해경은 광제호가 이날 대게 잡이 첫 출항이어서 바다에 던져 놓아둘 그물을 가득 실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게 잡이는 처음에 그물을 싣고 가서 던져두고 다음번 출항 때 다시 걷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7t 광제호는 사고당시 배 무게와 비슷한 규모의 적재물(28.77t)을 실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에 따르면 화물선의 경우 일정 무게 이상 싣지말라는 규정이 있지만, 어선은 없다. 해경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공조해 광제호에 있는 기름·얼음·중량 등 무게가 복원력을 상실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또 사고 당시 선장이 어선위치발신장치 시스템의 SOS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선장과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광제호에는 V-PASS(자동위치발신장치)와 VHF-DSC(초단파대 무선전화설비), AIS(선박확인시스템) 세 가지 어선위치발신장치가 모두 있었다. 어선위치발신장치는 배의 위치를 해경에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AIS를 제외한 V-PASS와 VHF-DSC에는 S0S버튼이 있어 조난시 누르면 해경에 바로 구조 요청이 들어간다.
해경은 사고 당시 V-PASS를 제외한 두 가지 장치가 정상작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1~2분 만에 배가 뒤집히면서 선장이 미처 VHF-DSC의 구조요청 버튼을 누르지는 못한 것 같다고 해경은 밝혔다. 선장은 배가 전복될 당시 선원들이 자고 있었던 선 내에 울리는 비상벨만 눌렀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해경 관계자는 "선장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여서 아직 제대로 진술을 듣지 못했지만, 상황이 다급해 구조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 같다"며 "다만 정상 작동 중이던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있었기에 선장이나 선주가 어선법을 위반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선법에는 선원의 생명줄인 V-PASS(자동위치발신장치)와 VHF-DSC(초단파대 무선전화설비), AIS(선박확인시스템) 3개의 어선위치발신장치 가운데 하나 이상만 작동하면 출항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찾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믿기지가 않는다. 조금 있으면 돌아올 것 같은데"라며 먼 바다를 보여 눈시울을 붉혔다. 해경은 남은 광제호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 1일 헬기 2대와 경비함정 4척을 동원해 이날 오전 5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린 사고 해역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