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부산 사상구의 한 다방 여종업원을 살해한 피의자가 피해자 통장에서 돈을 찾는 모습이 찍힌 은행 폐쇄회로TV(CCTV) 사진.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살인 등의 혐의로 양모(46)씨 등 3명을 붙잡았다고 31일 밝혔다.
양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쯤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한 다방에서 퇴근한 여종업원 A(당시 21세)씨를 납치해 청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부산 강서구 명지동 바닷물에 버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다음날 낮 12시 15분쯤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A씨의 통장에 있던 돈 296만원을 인출하고 같은 해 6월 12일 부산 북구의 한 은행에서 이모(41)씨 등 여성 2명을 시켜 A씨의 적금 500만원을 해지해 챙긴 혐의도 받는다.
양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수사관과의 비공식 대화에서는 범행을 일부 시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양씨는 2002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혐의로 체포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A씨가 살해된 지 불과 두 달 뒤의 일이다.
바로 다음 해인 2003년 양씨는 부녀자 특수강도강간 등의 사건을 저질러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양씨는 집행유예가 취소돼 9년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12년 출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2월 25일 용의자들을 공개 수배하면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시민의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공범의 사진을 본 지인이 지난해 3월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은 같은 해 4월 이모씨 등 공범 2명을 붙잡았다. 이어 공범이 돈을 찾을 당시 은행 주변 기지국을 경유한 휴대전화 통화기록 1만5000여 건을 정밀 분석해 양씨의 신원을 파악했고 지난 21일 전격 체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영상분석연구소에 의뢰해 CCTV에 나오는 양씨의 사진과 최근 사진, 돈을 찾을 때 사용한 전표의 필적과 최근 필적을 대조한 결과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받았다.
2002년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피의자가 무려 15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15년전 발견된 살인사건 피해자 시신이 담긴 마대자루.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양씨 검거 소식을 접한 A씨의 언니는 "영원히 못 잡을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고맙다"며 "이제 하늘에 있는 동생이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고, 단 한번만이라도 동생이 꿈에 나타나 얼굴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