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5명, 남형기 공론화지원단장 등 7명은 이날 오전 11시10분쯤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이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정문 앞 교차로에 도착했다. 원래 버스로 본부까지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주민 70여 명에게 막혀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공론화위원회, 즉각 해체’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을 든 대책위 측은 “신고리 5·6호기를 예정대로 건설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김 위원장이 이상대 대책위원장과 대면했지만 주민들과의 실랑이는 40분 정도 계속됐다.
입구부터 막혀 … 예정된 면담 불발
본부 들어가니 한수원 노조가 항의
건설 중단 찬성 측과는 면담 이뤄져
위원장 “공론화 주민 적극 참여를”
현장을 돌아본 공론화위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대책위 측은 이날 오후 만날 계획이었지만 의견 차이로 무산됐다. 이상대 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중립을 지킬 것, 공론화 결정 과정을 모두 공개할 것, 시민참여단의 30% 이상을 서생면 주민으로 구성할 것 등 요구사항이 관철되면 만나겠다고 했지만 아무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신고리 5·6호기 주변 21개 마을의 주민 70~80%가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만큼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론화위 관계자는 “대책위 측에서 ‘아직 만나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울산을 떠나기 전 울산역 회의실에서 1시간20분 정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찬성하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운동본부) 회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운동본부 측은 “여론 수렴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관련 지역 범위를 경남 양산, 부산까지 확대하고 TV 토론의 횟수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타 지역 토론회에서 직접 강진을 겪은 ‘부울경’ 시민의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 측은 공론화위와 건설 중단 반대 측 주민의 면담이 무산된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반대 측 주민들과의 소통은 공론화위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보완해야 할 문제”라며 “적절한 경로로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론화위는 앞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수렴해 위원회가 선정한 시민참여단이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5일 공론 조사에 들어가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론화위는 2만 명의 연령·성별·지역과 찬반 비율 등을 고려해 이 중 500명을 시민참여단으로 뽑을 계획이다. 시민참여단의 최종 선정일은 다음달 13일이며 이들은 심층 학습과 조사에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거쳐 10월 16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묻는 최종 설문에 참여한다.
울산=최은경 기자, 이승호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