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민의당 간판된 안철수, 안으론 통합 밖으론 지방선거 안팎이 과제

중앙일보

입력 2017.08.27 18:20

수정 2017.08.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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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110일 만에 당의 간판으로 다시 돌아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대표 수락 연설 때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과 자신의 상황이 오버랩 되는 듯했다.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안철수후보가 수락연설에 앞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51.09%의 지지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4월 대선후보 경선 때 안 대표는 75.0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안 대표도 자신의 득표 성적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전 20%대였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대로 추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안 대표가 웃는 모습은 기자회견 전 측근인 송기석 의원과 잠시 대화를 나눌 때 정도만 눈에 띄었다.

국민의당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와 이언주, 정동영, 천정배 후보(왼쪽부터)가 투표 결과를 듣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해 안 대표가 꺼내 든 카드는 강한 야당과 지방선거 승리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며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의 상당 부분을 문재인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에서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며 코드인사, 선심 공약, 안보 무능 등을 현 정부의 문제점으로 조목조목 거론했다.  
향후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와 풀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본다.


①반안(反安)ㆍ호남 달래기=가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내부 수습이다. 안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자 동교동계와 일부 호남 의원들은 ‘탈당 불사’를 언급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호남은 당내 최대 기반인만큼 이들의 이반은 당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당선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직접 만나고 소통하고 여러가지 의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분간 자신에게 우호적인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대표는 이미 각종 당직에 원외 인사를 중용할 뜻을 밝힌 상태다.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와, 박주선 전 비대위원장 등 안 대표에 우호적인 호남 중진들에게 도움을 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②연대냐 독자행보냐=향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대설도 다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바른정당 측에선 남경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정당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분간은 자강론에 방점을 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연대설에 대해 “지금은 (당의) 목숨부터 살리는 것부터 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말해 시기상조론을 폈다. 호남권 반발 때문에 안 대표가 당분간 선거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③서울시장 출마=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안철수가 앞장서서 17개 모든 시·도에서 당선자를 내겠다”고 말해 지방선거 등판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론이 세를 얻고 있다. 안 대표도 “당내 요청이 있으면”이라는 전제로 서울시장 출마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박지원 전 대표 등은 이미 서울시장 대신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한 상태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엔 호남에서 승리하더라도 안 대표의 구심력은 급속도로 힘을 잃을 것이라는 게 이유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