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아이폰8'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서 100달러에 팔리고 있는 짝퉁 아이폰. 오른쪽은 정품 아이폰7 레드에디션이다. [유튜브 채널 에브리씽애플프로]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 담합이나 덤핑 같은 이슈는 불공정 행위를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국제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는 너무 광범위하고 뿌리 깊어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고 중국도 발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 풀려 중국 무역 압박 나선 트럼프
"무역대표부,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할 것"
570조 규모 세계 짝퉁 시장 84%가 중국산
짝퉁 많은 애플, 특허료 떼인 퀄컴 등 피해
중국의 짝퉁 아이폰(왼쪽)은 애플의 소비자 인터페이스(UI)까지 거의 똑같이 흉내냈다. 정작 운영체제는 애플의 iOS가 아닌 안드로이드였다. [유튜브 채널 애브리씽애플프로]
중국 남부 도시 쿤밍에는 간판부터 인테리어, 제품과 직원 유니폼에까지 애플 로고를 새겨넣은 ‘짝퉁 애플스토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전문가인 최형욱 IT칼럼니스트는 “제조 기술은 확보했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는 중소 스마트폰 회사들은 대놓고 짝퉁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판매량으로 손에 꼽히는 대기업들도 아이폰 같은 유명 제품 디자인을 거의 똑같이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쿤밍시의 짝퉁 애플스토어.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그럴듯 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압박은 짝퉁을 포함해 광범위한 지적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동안 중국이 정당한 댓가를 치르지 않고 사용한 기술 특허까지 미국 정부가 문제 삼는다면 중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원천 기술 관련 특허로 세계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서 특허료를 거둬들이는 퀄컴이 대표적이다. 전자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상당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그동안 퀄컴에 이동통신 기술 관련 특허료를 제공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만들어왔다. 이동통신 원천 기술을 도용한 셈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경쟁 당국이 퀄컴의 특허료가 비싸다며 큰 폭으로 조정하라고 권고했을 때 퀄컴이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기술 도용 관행 때문”이라며 “특허료를 아예 안내는 회사가 워낙 많으니 값을 깎고서라도 특허료를 받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쿤밍시 짝퉁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애플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사원증까지 차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고준성 위원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벼르고 있는 국가와 회사가 한둘이 아니어서 이 문제가 불거지는 건 중국으로선 큰 부담일 것”이라며 “미국이 그만큼 효과적인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전자제품 회사 '스카이워쓰'가 만든 짝퉁 '시그니처 올레드 TV W'. [사진 회사 홈페이지]
코너에 몰린 중국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겠다”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14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슈퍼 301조를 적용해 무역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역시 무역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버리고 더 많은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 301조는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미국의 통상법을 가리킨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