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대상이 된 교과서는 ‘마나비샤(学び舎) 출판사가 발행한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라는 교과서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해 3월 “중학교 역사 교과서 가운데 유일하게 위안부에 관한 기술을 하고 있다”면서 고베시(神戸市) 사립 나다(灘)중학교 등의 이름을 공개했다.
고베시 나다중학교, 반년간 200통 넘게 항의 엽서 받아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한 고노담화 소개한 교과서 채택 이유
"어느 나라 교과서냐""공산당 선전이냐" "기부 않겠다" 등
교장 "정치적 압력 느꼈다"
마나비샤 출판사의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 교과서 [출처=아마존]
나다 중학교 와다 마고히로(和田孫博) 교장 [사진=나다중학교 홈페이지]
그러나 이듬해 2월중순부터는 졸업생과 부모를 자처하는 익명의 항의엽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 엽서는 대부분 중국에서 일본군을 환영하거나 일본군으로부터 의료, 식료품을 받고 있는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엽서는 “어느 나라의 교과서냐”, “공산당의 선전이냐”는 등의 항의성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하면, 졸업생이라고 자처한 사람은 “이런 모교에는 일절 기부하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성 문구도 서슴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가 기술된 교과서를 채택해 항의를 받은 고베시 나다(灘)중학교 [사진=나다중학교 홈페이지]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이름으로 날아온 엽서도 있었다. 이런 항의 엽서는 반년동안 200통을 넘었다. 와다 교장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인데 정치가의 이름으로 엽서를 보내거나, 학교 이름을 거론하며 문제시하는 신문보도가 나오는 등, 정치적 압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나비샤 출판사의 이 교과서는 와다중학교 외에 전국 국립, 사립 38개 중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나다 중학교 외에도 10개 학교가 비슷한 시기에 항의를 받았으나, 이로 인해 교과서 채택을 취소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