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선량 흉부 CT검사로 조기 진단
세침·조직·영상검사 사흘 내 확인
흉부 콘퍼런스 열어 치료법 협의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암 중 하나다. 갑상샘암·위암·대장암에 이은 네 번째다. 하지만 생존율은 이들 암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갑상샘암·위암·대장암의 5년 생존율이 모두 70%를 넘는 반면, 폐암은 25.1%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조기 진단율이 낮아서다. 폐암은 보통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 때문에 받은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흔하다. 생존율이 높아지려면 초기에 발견하는 게 급선무다. 아주대병원 폐암센터가 의심 환자를 가려내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폐암 고위험군 선별 ·검사해 조기 발견
아주대병원 폐암센터는 우선 호흡기내과 방문자 중 폐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큰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폐암 고위험군을 선별해 적절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한다. 최근에는 국가 폐암 검진 시범사업에 경기권(인천 제외) 병원 중 유일하게 선정돼 참여하고 있다. 흡연 경력이 30년 이상인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게 하는 사업이다. 폐암센터 신승수(호흡기내과) 센터장은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폐 상태를 확인하는 기초검사 격인 흉부 X선 검사보다 작은 크기의 암 결절을 발견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성화센터 탐방 아주대병원 폐암센터
폐암으로 의심되면 의료진이 조직검사·특수영상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근거로 확진한다. 그런 다음 질병의 경과를 따져 치료 계획을 세운다. 이땐 검사의 효율성과 협력진료 시스템이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아주대병원은 검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조직학적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세침 검사’가 대표 사례다. 바늘을 폐 조직까지 밀어 넣어 종양 일부를 떼어내 악성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세침 검사는 보통 1박2일간 환자가 입원한 상태에서 진행한다. 환자가 검사 전 안정할 시간이 필요하고, 검사 후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대병원은 세침 검사를 입원하지 않고 외래진료에서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영상의학과 선주성 교수는 “병원에 병실이 부족해 세침 검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아주대병원 폐암센터는 관찰실을 별도로 만들어 검사한 당일 퇴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세침 검사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조직검사·특수영상검사 결과가 3일 만에 나온다. 예전에는 검사 예약·시행, 판독을 거쳐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가 걸렸다. 지금은 진료과 간 협조체계와 폐암 전담 코디네이터의 조율을 통해 검사 결과를 3일 만에 얻을 수 있다.
진료과 간 원활한 협력진료 시스템은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빛을 발한다. 폐암센터 의료진은 매주 흉부 콘퍼런스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진단·치료법을 의사 개인이 결정하기 까다로운 사례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종양혈액내과 안미선 교수는 “진단, 수술·항암·방사선 치료의 순서, 합병증 대처 전략 등을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며 “환자에게 최적화한 치료 계획은 좋은 치료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이 같은 치료 성과를 인정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폐암 적정성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1등급)을 받았다. 전문인력 구성, 진단 평가 및 기록 충실도, 수술, 전신요법, 방사선 치료 등 영역별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함 교수는 “서울의 주요 병원 못지않은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며 “치료의 전 과정에서 차별화된 시스템을 계속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