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동연구원이 이런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김성혁 원장이 쓴 ‘자율주행과 모빌리티(mobility) 서비스로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이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급변 추세와 일자리 재편, 이에 따른 노조의 변화를 제안하는 내용이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가 임금단체협상을 벌이는 시점에 나와 주목된다. 금속노조는 완성차와 조선업계를 거느린 국내 최대 산별노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보고서
러다이트 방식으론 변화 못 막아
신기술 맞춘 신규 직무 설정하고
차 생산 70% 감소 시대 대비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노조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환경 보전, 교통 안전, 인간 편익을 가져다주는 미래자동차는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러므로 이런 기술 변화를 러다이트 방식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같은 기술 변화를 단순한 거품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대응을 못 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 후 구조조정 반대 투쟁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가 사회경제적 변화에 둔감한 것은 임·단협 중심의 경제주의 탓이 크다”고 단언했다. 제 몫 챙기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원장은 “임·단협은 호황 시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불황 시에는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그 폐해를 지적했다.
김 원장은 대안으로 “단기 경제적 성과보다는 장기 고용전략을 추진”할 것을 권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대화기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 내에서 이익을 챙기는 방식을 넘어 범산업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과 재배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대신 독자투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일자리와 관련된 노조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손끝 경험에 의한 숙련은 점차 컴퓨터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며 “숙련의 개념을 작업 전체 공정을 이해하고 고장 시 대체할 수 있는 능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의 단순 공정에 따른 특정 부문 숙련에서 벗어나 전체 공정 어디에서든 통하는 숙련으로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노조에 “신기술 도입 시 새로운 직무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인력 양성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할 주제도 꼽았다. ▶산업 내 및 산업 간 일자리의 재배치 ▶필요한 교육·훈련 ▶실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임금체계 개편 ▶사회적 보호망 등이다. 노조가 거부감을 나타내는 민감한 사안이다. 김 원장은 “나아가 원·하청과 비정규직까지 포함한 고용안정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10개년 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2016년 4월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 종사자는 183만명이다. 총 고용인원 2507만명의 7.3%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따지면 7가구당 한 명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