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을 마치고 드디어 수령하는 날 . ‘아니 이럴 수가…!’ 은행원이 해맑은 미소와 함께 던진 한마디. “강원 상품권으로 30만원 지급되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그날 은행의 에어컨 바람이 난생처음으로 차갑게 느껴졌다. 은행을 나와 스마트폰을 들었다. ‘강원 상품권 사용처’를 검색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품권을 처음 받아 들었던 때 들었던 내 생각이 맞았다. ‘강원 상품권 30만원 지급’은 취업 준비를 위해 다시 ‘엄마 카드’를 빌려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
강원 상품권 사용처는 도내에 위치한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물론 서점과 문구용품을 파는 곳도 몇 군데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무슨 취업 준비를 한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자취하는 학생들은 식사를 직접 해결해야 하니 음식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자. 하지만 상품권 30만원을 모두 5만원권으로 지급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상품권의 뒷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액면가의 60% 사용 시 잔액 환급.’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해도, 문구사에서 펜과 노트를 구매한다 해도 3만원 이상 구매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제 나는 다시 ‘엄마 카드 찬스’를 써야 한다. 이번 달 도서관을 오가는 교통비만 4만원이 넘고, 다음 달 응시할 토익도 접수해야 한다. 부모님께 취업 지원금을 받으니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 쳤었는데, 정작 취업 지원금은 취업을 위해 쓸 수 없다. 내일은 이 취업지원금을 들고 부모님과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주꾸미 집으로 가 외식을 해볼까 한다. 아, 5만원권이니까 남은 금액을 돌려받으려면 3만원 이상 주문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엄마 아빠! 취업 지원금으로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이슬비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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