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한 스포츠부 기자
지난 1월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강원도 평창 겨울올림픽 레거시 심포지엄’에서 팔 슈미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한 말이다. 헝가리 대통령을 지냈고 1983년부터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한국이 평창 올림픽 시설을 포함한 유·무형 자산의 가치를 활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197일 뒤 개막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99년 평창 유치 도전을 선언한 뒤 두 차례 실패 끝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긴 준비시간이 있었지만 ‘대회 이후’에 대한 고민이 과연 있었나 싶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 경기장 세 곳은 아직도 사후 활용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 635억원을 들인 평창 올림픽 플라자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나흘만 쓰고 부분 철거한다. 강원도 측은 “사후 활용 방안이 수시로 바뀐다. 자세한 건 연말께 결정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전 끝냈어야 할 고민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오는 9월 완공되는 평창 올림픽 플라자. 올림픽 때 나흘간 사용한 뒤 부분 철거한다. [평창=김경록 기자]
강원도는 “88 서울 올림픽 경기장처럼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후 관리를 맡아 달라”고 한다. 만약 강원도의 요청을 정부가 수용한다면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 뒤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로 고민 깊은 인천(2014 아시안게임)이나 대구(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가만히 있겠는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치른 뒤 쓸모없이 남은 ‘애물단지’ 경기장을 흔히 관리비 많이 들어가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에 비유한다. 하지만 불교의 ‘하얀 코끼리(白象)’는 모든 힘의 원천이자 덕을 상징한다.
올림픽이 끝난 뒤 평창과 강릉의 경기장은 어떤 하얀 코끼리가 될 것인가. 올림픽의 진정한 성공 여부는 대회 기간의 원활한 운영뿐만 아니라 그 이후 우리 손에 스포츠 유산을 쥐느냐 빚더미를 쥐느냐에도 달렸다.
김지한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