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0대 후반 여성인 고교 교사 김모(27)씨는 남학생 하나가 수업 중 계속 심하게 떠들자 교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잠시 뒤 학생은 창문을 열고 교과서를 던져 교사 얼굴에 피가 나게 했다. 교사가 피를 닦는 사이 학생은 달려와 교사의 머리를 가격했다. 김 교사는 학생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주변 설득에 이내 취하하고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이 학생과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교권침해 신고 6년간 3만 건 접수
조훈현 의원, 교원지위향상법 발의
폭언·폭행한 학생은 학교에 남고
피해 교사가 전근 가는 경우 많아
교총 “교사 보호 법적 장치 있어야”
학부모단체 “강제전학 남발 우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향상법)’ 등에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 보내 피해 교사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폭력 특별법에서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사·학부모의 입장은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교사들이 느끼는 교권 침해는 상당히 심각하다.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환영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내게 혼난 학생으로부터 ‘어디 마음대로 해봐라. 그래봐야 나 못 자르는 거 알고 있다’는 반말을 카톡으로 받은 적 있다. 강제 전학 등이 가능해지면 교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법이 개정돼도 실제 사례는 적을 것으로 본다. 조기성 인천하늘고 교사는 “제자를 강제 전학 보내는 것을 달가워할 교사가 얼마나 되겠느냐. 스스로 권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는 교사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문제 학생을 훈육하는 대신 강제 전학을 손쉽게 선택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채홍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강제 전학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수·이태윤 기자 hspark97@joongang.co.kr